“대출 안 풀리면 소용없다”…금리 인하에 부동산시장 ‘냉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01 10:06

기준금리 인하에도 건설·부동산 시장은 ‘무반응’

실수요자 “대출이 안 풀리면 금리 인하 무의미”

업계 “심리 회복 없이 분양시장 반등 어려워”

전문가 “정책 실효성 높이려면 맞춤형 금융완화 시급”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인하했지만 건설·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금리만 낮춘다고 시장이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실수요자들은 “돈을 빌릴 수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며 실질적인 대출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건설업계 역시 “이자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분양 시장 회복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사이 벌써 네 번째 인하다. 한국은행은 이번 조치가 내수 부진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0.2%) 등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 위주의 수요 패턴이라 금리 인하에 민감하던 부동산 시장의 체감도는 낮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0.25%p 인하로 당장 주택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며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를 좌우하는 변수는 대출 가능 여부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같은 규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는 7월부터 확대 적용될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현재도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대출을 제한하는 가운데, 규제가 강화되면 실수요자의 구매 여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으면 실수요자 입장에선 무의미하다"며 “결국 금리보다는 대출 접근성과 유동성 공급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만큼의 대출 자체가 안 나오면 금리 인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건설업계의 반응도 썰렁하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변동금리 기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사용하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시장 전체를 띄우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시장 회복의 핵심은 실수요자의 매수세 회복인데, 이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가 오히려 자산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소득층은 현행 대출 규제 속에서도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나설 수 있지만, 중산층 이하 서민층은 금리가 내려도 대출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금융 규제 하에서는 결국 자산가만 혜택을 누리고 실수요자는 소외된다"며 “금리 인하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서민·중산층을 겨냥한 선별적 금융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금리 조정보다 '심리 회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부동산 규제, 경기 둔화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분양 현장에서는 “금리가 조금 내려간다고 해서 집을 살 결심을 하긴 어렵다"는 실수요자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대출이 연 4%에서 3.5%로 내려간다고 해서, 집을 살 계획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매수에 나서진 않는다"며 “금리 인하 이후 근시일 내에 거래에 나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매수를 고려하고 있던 수요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인하의 효과는 단기보다는 장기적 시장 신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 연구위원은 “수익형 부동산은 예금금리 대비 수익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관건인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면 굳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이유가 없다"며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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