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e+ 삶의 질] 벌써 30도 무더위…만성병환자·노인·어린이 ‘빨간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08 15:18

무더위·폭염 장기화에 '온열질환' 급증 예고

고혈압·당뇨 환자들, 체온조절 기능 급전직하

열사병·일사병·열탈진 등…심하면 사망 초래

응급실 이송 포함 연간 2만명 이상 병원 진료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선 8일 오후,  청계천 옆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박효순 기자

▲이른 무더위가 몰려와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선 8일 오후, 청계천 옆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박효순 기자

6월 초순인데, 벌써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본격 무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올해 6∼8월 날씨 전망에서 올 여름도 역대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1991∼2020년 사이의 30년간 폭염(섭씨 33℃ 이상) 일수는 연평균 11일이지만 최근 10년간 폭염일수는 16.3일이며, 2024년에는 30.1일에 달했다. 이러한 폭염의 장기화·심화는 온열질환 환자의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질병관리청은 전년보다 5일 빠른 지난달 15일부터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이는 전국 500여개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과 관할 보건소 및 시·도, 질병청이 협력하여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자를 파악하고 일일 감시하기 위해 운영된다. 지난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파악된 응급 온열질환자는 총 3704명(추정사망자 34명 포함)으로 전년(2023년) 대비 31.4% 증가했다. 응급실 평균 7∼8명에 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통계를 보면 2023년 온열질환으로 병·의원을 방문한 환자는 2만1325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이란 강한 햇빛과 고온, 그리고 높은 습도로 인체가 적응을 못해 쓰러지거나 호흡곤란, 탈진,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기온이 올라가 체온에 영향을 줄 정도가 되면 인체의 체온 방어기능이 작용해 몸을 정상으로 유지한다. 땀을 흘리거나 혈액을 피부 쪽으로 많이 보내 열을 식혀주는 것이다. 또 뇌 중추에서 체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인식해 바람을 쏘이거나 물을 마시는 등의 방어작용을 하게 만든다.


폭염의 고위험군은 노인(특히 독거노인), 어린이, 만성 기저질환자가 꼽힌다. 어린이(체온조절기능 미숙)나 노약자(체온조절기능 저하)는 정상인의 60∼70%밖에 방어기능이 작용하지 않는다. 환자들은 가장 위험하다. 심뇌혈관 환자는 땀 배출로 체액이 감소하면 떨어진 혈압을 회복하기 위해 심장 박동수, 호흡수가 증가하여 심장에 부담이 늘어나고 탈수가 급격하게 진행되므로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여름철에는 인체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말초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압을 낮추기 때문에 저혈압 환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활발히 일어나는데, 이 때 고혈압 환자는 급격한 혈압변동(혈압이 오르내리는 현상)으로 혈관에 큰 부담이 초래된다.


온열질환,,,

▲온열질환으로 서울 시내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수액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열사병·일사병·열탈진 등…심하면 사망 초래

당뇨병 환자는 땀 배출로 수분이 많이 빠져 나갈 시 혈당량이 높아져 쇼크를 일으킬 수 있고 자율신경계 합병증으로 체온 조절기능이 떨어져 온열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콩팥병(신장질환) 환자는 더운 날씨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을 마시면 부종이나 어지럼증, 두통, 구역질, 현기증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역시 조심해야 한다.


온열질환의 종류는 △열사병 △일사병 △열탈진(열피로)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위험한 열사병은 몸의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해 생긴다. 고온에 노출된 후 40도 이상의 고열이 있지만 땀이 잘 나지 않으며 발작이나 혼수 같은 응급상황이 동반된다. 그 전에 뜨겁고 건조한 피부, 빈맥, 부정맥, 두통, 어지러움, 의식저하, 구토 등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일사병은 더운 공기와 강한 태양의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급격히 올라간 체온을 제대로 낮추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현기증과 심한 두통을 동반하며, 땀을 많이 흘려 몸이 젖고 목이나 가슴 부위 등 피부가 차가워진다.


열탈진은 고온 환경에서 수분 보충이 원활하지 않거나, 장시간 땀을 많이 흘리면서 맹물만 보충했을 때 흔히 일어난다. 피로, 기력 저하, 어지럼증, 두통, 오심, 구토, 근육 경련 등을 호소한다. 대개 땀을 심하게 흘린다.


열경련은 근육 경련과 통증이 특징적이다. 주로 종아리, 허벅지, 어깨, 배 근육에서 나타난다. 땀을 많이 흘려 혈액에서 나트륨 농도가 감소하면 흔하게 발생한다. 체온은 정상이거나 올라갈 수 있다.


열실신은 더위로 인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다.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탈수가 되면 체온을 낮추느라 혈액이 피부쪽으로 쏠려 몸속의 장기나 뇌에 혈액의 양이 부족해지는 것이 원인이다.


체온이 높아지면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위해 체표면의 혈액량은 늘어나고 심부의 혈액량은 감소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오래 서있거나 앉아있게 되면 체표에 순환하던 혈액의 수분들이 혈관 밖으로 이동하면서 부종이 발생한다.


여름철 온열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관건은 물이다. 날씨가 무더운 여름은 인체에 수분 부족이 생기기 쉽다. 기온이 올라가고, 활동량이 늘어나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땀을 많이 흘리고, 이로 인해 인체에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또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증발로 인한 수분손실도 많아진다.


질병관리청이 권고하는 온열질환 예방 수칙. 출처=질병관리청 소책자

▲질병관리청이 권고하는 온열질환 예방 수칙. 출처=질병관리청 소책자

온열질환 예방, '물'·'그늘'·'휴식' 3박자 지켜야

인체 체중의 60∼70%는 수분(물)이다. 체중이 70㎏라면 40∼50㎏이 물이다. 물은 비중이 제로(0, 무게와 부피가 같음)이므로 40∼50ℓ에 해당한다. 이러한 수분이 1∼2%(400∼500㎖)만 부족해도 신체기능이 정상이라면 심한 갈증을 느낀다. 갈증은 우리 몸에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갈증이 지속되면 세포나 인체에 많은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약 5%(2~2.5ℓ)가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10%(4~5ℓ)가 부족하면 심근경색과 심장마비 가능성이 증가한다. 20%(8~10ℓ) 이상의 수분을 잃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보통 하루에 필요한 수분 소모량은 성인을 기준으로 2~2.5ℓ에 달한다. 소변으로 배설되는 양이 약 1.5ℓ 내외, 소변 이외 땀·호흡 등으로 배출되는 양도 약 1ℓ에 이르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의 양이 통상 1~1.2ℓ라는 점을 감안하면 식사 이외에 1.5ℓ 내외의 수분을 기본적으로 보충해줘야 하는 셈이다. 큰 컵으로 8~10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물은 하루종일 틈틈이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만성탈수 상태에 접어들면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목이 마르지 많더라도 주기적으로 물을 마셔주는 습관을 들이자. 소량의 물을 수시로 음용하는 것이 수분 부족을 막는 기본 수칙이다.


갈증을 느꼈을 때 마시는 물은 당장 심장의 운송 능력을 돕는다거나 혈액이나 체액의 농도를 조절해 주지는 못한다. 야외활동이나 운동 중에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20분 정도 간격으로 물을 한 컵 이상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열질환을 예방에는 △물을 자주 마시고(물) △시원한 곳에서 지내며(그늘) △더운 시간대의 활동을 자제(휴식)하는 것이 중요한 삼박자이다.


특히, 체온 조절이 원활하지 않은 만성질환자, 어린이, 고령자는 기본적으로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 더위가 느껴지면 부채나 신문 같은 것으로 바람을 일으켜 체온을 낮춰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질병관리청이 권고하는 온열질환 예방 수칙. 출처=질병관리청 소책자

▲질병관리청이 권고하는 온열질환 예방 수칙. 출처=질병관리청 소책자

기상청의 날씨 예보에도 신경을 쓰자. 폭염 특보(주의보·경보)가 내려진 날은 특히 무리한 운동이나 작업을 자제하고 과로·과음을 피하는 등 은인자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폭염 주의보는 하루 최고체감온도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예상될 때, 혹은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내려진다. 폭염 경보는 하루 최고체감온도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예상될 때, 혹은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발령한다.


다음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권고하는 열사병 응급대처·예방법이다.


하나, 뜨거운 날에는 한낮에 무리한 운동이나 작업 등 활동을 자제한다.


둘, 운동이나 작업 도중 현기증, 구역질 등이 발생하면 즉시 멈춘다.


셋, 서늘하고 햇볕이 없는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한다.


넷, 환자가 생기면 서늘한 곳에 뉘이고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해준다.


다섯, 체온을 39℃ 이하로 낮추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여섯, 구급대에 신속히 도움을 요청, 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치료를 받는다.


일곱, 환자의 맥박이나 의식, 호흡 등을 잘 살펴 위급 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여덟, 과음·과로·수면부족을 피한다.



박효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