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말 동시 출범
"윤석열 정권 ‘사법 심판’의 시간 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를 통과한 '3대 특별검사법'이 이르면 1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곧바로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은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은 발효 즉시 특별검사 후보 추천과 임명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특검이 출범하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경쟁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대 특검' 법안이 9일 정부에 이송된 데 이어 1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이 지난 5일 3개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공포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정점으로 한 세 갈래의 특검 수사가 동시에 작동하게 된다. 내란·김건희 특검은 11일 이내, 채해병 특검은 12일 이내에 임명돼야 한다. 이에 늦어도 오는 21~22일까지 각 특검이 정식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임명 시 20일간 준비 기간을 거치는 만큼 본격적인 수사는 이달을 넘겨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3대 특검 중 출범 속도는 내란 특검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빠르면 이번 주 중에도 특검 임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5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유튜브 방송에서 “특검법상 특검은 11일 이내에 출범하게 돼 있지만, 절차를 단축할 경우 4일 만에도 가능하다"며 “이르면 주말쯤 특검이 출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회의장이 즉시 임명 요청을 하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 1명씩을 지체 없이 추천하면 내란 특검은 이르면 이번주 중 출범할 수 있다.
3대 특검이 동시에 출범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소환 조사 및 신병 확보를 둘러싸고 수사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 특검은 별개의 사건을 맡고 있지만, 모든 의혹의 정점에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일 피의자'를 두고 속도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내란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개가 수사 대상이다. 특히 대통령실 비화폰 서버에서 비상계엄 사태 직후 사용자 정보가 원격 삭제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증거인멸과 직접적 단서를 확보할 경우 특검이 새로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재구속이 금지되지만, 중대한 신규 증거가 확인될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
또 내란 특검법에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위해 북한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외환거래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드러날 경우, 추가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가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특검이 사건을 인계받게 되면 김건희 여사 역시 조기 소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검찰이 각 사건에서 수사를 상당히 진척시켜 온 만큼, 특검이 출범 직후부터 신속히 대면 조사에 착수할 여건이 마련돼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건진법사 명품 수수 의혹 등은 김 여사의 직접 진술 없이는 사실관계 규명이 어렵다는 점에서, 특검이 대면조사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 특검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여론조사 조작 및 공천 개입 의혹, 서울남부지검이 다뤄온 건진법사 전성배 씨 관련 고가 명품 수수 의혹, 서울고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경찰이 진행 중인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등 총 4건을 인계받는다.
이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의 명태균 수사팀은 앞서 김 여사에게 여론조작 및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미 2차례 소환 통보를 했으나, 불발됐다.
김 여사의 경우 강제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 영부인이 공천에 개입했다면 중대한 위법사항"이라며 “특검 과정에서 선거개입의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채해병 특검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의 사고 경위 및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 채해병 특검 역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 외압에 개입했는지를 주요 수사 과제로 삼고 있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관계자 진술 확보 등을 통해 직접 개입 증거가 확보된다면 이 역시 소환 또는 강제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변수다.
파견검사 규모는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이 각각 투입돼 총 120명에 달한다. 파견 검사 120명은 전체 검사의 약 6%, 평검사의 약 10%로, 주요 검찰청(인천지검 115명·서울남부지검 107명)에 맞먹는 수준이다. 수사 기간도 최장 170일(채상병 특검 140일)로 역대 특검 중 가장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