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낙찰 합의에 ‘들러리 입찰’까지…공정위 과징금 1억5200만 원
형사재판 8명 유죄, 64억 손배소도 진행 중

▲효성. (제공=연합뉴스)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발주한 발전소 배전반 교체공사 입찰에서 효성과 LS일렉트릭(LS)이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사실이 적발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1억52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들러리 입찰, 입찰서류 지원 등 형식적 경쟁만 진행된 이 사건은 발주처까지 공모한 구조적 담합 사례라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입찰은 2016년 6월 23일 공단이 발주한 '발전소 주보일러 전동기 전원, 제어, 계장신호 지상화 설치 및 440V 배전반(MCC) 판넬 교체공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은 입찰 공고 이전인 2016년 1월경 발주처 임직원과 사전 면담을 통해 낙찰자로 내정된 상태였다. 효성은 경쟁을 가장하기 위해 LS에 들러리 입찰을 요청하고, LS의 컨소시엄 구성과 입찰서류 작성까지 직접 지원했다. 양사는 사전에 합의된 금액으로 투찰해 결국 효성이 낙찰을 받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효성중공업에 1억400만원, LS에 48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시정명령은 법적 승계 관계에 따라 효성에 내려졌다.
이 사건은 단순한 업체 간 가격 담합을 넘어, 공공기관인 발주처까지 가담한 조직적 입찰방해 범죄로 확장됐다. 2021년 검찰은 효성, LS, 대구염색공단, 설계·감리업체 관계자 등 총 9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1심 판결에 따르면, 총 8명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효성 임직원 3명은 각각 징역 10개월, 8개월, 6개월(집행유예), LS 임직원 1명은 벌금 500만 원, 발주처 임직원 1명은 징역 8개월, 나머지 1명은 무죄, 설계·감리업체 관계자 2명도 징역형 또는 벌금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경쟁을 형식적으로만 진행하고 사전에 낙찰자를 정한 것은 입찰제도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와 별도로 공단은 이번 담합으로 인한 입찰 실패와 손해를 근거로 효성·LS 등을 상대로 약 64억 원 규모의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