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한국적 AI’, 정부 ‘소버린 AI’ 선봉장 선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03 16:18

자체개발 LLM ‘믿음 2.0’ 오픈소스 오늘 공개
사전학습부터 모델설계까지 전과정 ‘KT 주도’
GPT-4에 한국적 사고 학습모델도 조만간 발표
韓·英언어 지원·라인업 확장…MS와 협업 지속

KT

▲KT가 '한국적 AI'의 철학을 담아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 '믿음 2.0'의 오픈소스를 AI 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은 KT 기술혁신부문 연구원들이 서초구 KT 우면연구센터에서 믿음 2.0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KT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 '믿음 2.0'을 앞세워 독자 AI 기술 역량 강화에 나섰다.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을 중심축으로 삼아왔던 KT가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주권) AI'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춰 자강(自强)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KT는 3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자체 개발한 LLM '믿음 2.0'의 오픈소스 공개 계획을 발표했다. 공개는 4일 글로벌 AI 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믿음 2.0은 2년 전인 2023년 선보였던 '믿음 1.0'의 고도화 버전으로, KT는 기존 모델을 자사 AI 콘택트센터(AICC), 지니TV, AI 전화 등 주요 서비스에 활용해 왔다. '믿음'은 사전학습부터 모델설계까지 전 과정을 KT가 주도한 한국어 특화 독자모델이다.


KT는 이를 '한국적 AI'로 정의하고, 한국인의 사고방식·지식체계·정신을 반영해 현지화된 AI를 구현한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신동훈 KT Gen AI Lab장(CAIO) 상무는 “믿음 2.0은 한국어의 구조와 문법, 언어학적 특성을 반영한 자체 토크나이저를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문서 이해·보고서 작성·문서 기반 질의응답 등 기업 간 거래(B2B) 환경에서 실용성이 높은 기능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모델은 총 두 가지 버전으로, △115억 파라미터 규모의 '믿음 2.0 베이스' △23억 파라미터 규모의 '믿음 2.0 미니'로 구성된다.


두 모델 모두 한국어와 영어를 지원하며, 향후에는 프로모델, 추론모델, 멀티모달모델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신 상무는 “믿음 2.0은 한국적인 뉘앙스와 감정 표현, 역사적 맥락, 예의범절까지 반영하고자 했다"며 “단순한 생성형 AI를 넘어, 한국적 가치와 실용성을 갖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델 설계부터 학습까지 외부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고 KT가 독자적으로 수행한 만큼, 소버린 AI의 대표 모델로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모델의 성능을 뒷받침하는 건 데이터다. KT는 교육용 도서와 문학작품, 법률·특허 문서, 각종 사전 등 산업·공공·문화 전반에 걸친 방대한 한국 특화 데이터를 확보해 학습에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모든 데이터는 구매 또는 제휴를 통해 확보했으며, 라이선스가 불분명한 이른바 '회색지대'로 분류되는 데이터는 학습에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개는 단순한 KT의 AI 독자기술 발표 차원을 넘어 정부의 AI 정책 기조 변화에 KT가 본격적으로 발맞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소버린 AI를 핵심 정책 방향으로 삼고 민간과 협력을 강조하자 KT 역시 독자모델의 오픈소스화와 외부 확산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해당 사회의 제도·문화·역사·가치관을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독자적인 AI 모델을 뜻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전 국민이 경제적 여건과 무관하게 AI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버린 AI의 연구개발(R&D)은 정부가 지원하고, 모델 운영은 민간이 맡는 '공공-민간 협력형 개발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MS와 협력해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 '한국형 AI'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며 빅테크와 협력을 강화해 왔다. 당시에는 글로벌 기술력을 적극 활용해 빠르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 실리적인 전략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직속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이 임명되는 등 국가 전략 자원으로서 독자적 AI 개발이 강조되자, KT도 이에 보조를 맞춰 방향을 일부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면서도 KT는 기존 MS와 협력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GPT-4에 한국적 사고체계를 추가 학습시킨 모델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KT는 '믿음'과 MS 기반 GPT 모델의 목적을 구분해 병행 운용할 방침이다.


신동훈 상무는 “GPT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성능을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모델"이라며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에는 GPT 모델이, QA 요약 등에선 믿음이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