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부진 사유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고금리·고물가 직격탄”

▲서울 명동거리 한 공실 상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수도권 신도시에서 고깃집을 하던 김영환(가명·53)씨는 눈물을 머금고 폐업을 단행했다. 인건비와 재료비가 급등한 반면 회식 문화가 사라진 탓에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퇴직금을 다 털어서 식당을 차렸기 때문에 내 몫의 인건비 정도만 건져도 계속 영업을 하려 했지만 더 이상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면서 “대통령이 바뀐 후 지역화폐를 뿌린다고 해서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큰 기대가 없어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폐업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2명 중 1명꼴로 소매업이나 음식점을 운영하던 이들로,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6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만1795명 증가하며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100만명을 넘겼다.
폐업자는 2019년 92만2159명에서 3년 연속 감소해 2022년 86만7292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2023년에는 11만9195명 급증하며 98만6487명을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증가하며 100만명대로 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누적된 사업부진과 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악화 여파 등으로 2023년부터 폐업자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고금리 여파와 맞물린 경기둔화로 폐업률도 증가했다. 전체 가동 사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을 나타내는 폐업률은 지난해 9.04%로, 2년 연속 상승세다. 작년 사업자 10명 중 한 명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해당 기간 사업 부진으로 폐업한 사업자는 50만6198명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10년(50.2%)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업종별로 보면 자영업 밀집 업종의 타격이 두드러졌다. 소매업에서만 29만9642명이 폐업해 전체의 29.7%를 차지했고, 음식점업이 15.2%로 뒤를 이었다. 두 업종을 합치면 폐업자의 약 45%가 몰려 있는 셈이다. 부동산업(11.1%)과 도매·상품중개업(7.1%)도 뒤를 이었다.
특히 소매업은 폐업률(16.78%)이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식점업 폐업률도 15.82%로 높았고, 인적용역업도 14.11%를 기록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실질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0.3% 줄어들었다. 소매판매 감소세는 2022년 2분기 이후 3년째다.
자영업자들의 채무 상황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2.24%로,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대개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로,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연체에 빠진 이들이다.
이에 정부도 위기 대응에 나섰다. 올해만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고, 최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2차 추경안에는 소비쿠폰 지급과 자영업자 채무 조정 방안 등이 담겼다. 다만 실질적 체감 효과를 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