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금이 휴대폰 교체 최적”…번호 대이동에 유치전 과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08 16:27

■ SKT 해킹 대책발표 이후 판매점 분위기

7월 5~7일 사흘 만에 SKT 가입자 3만여명 이탈

위약금 면제 후 본격화…KT·LGU+, 흡수 안간힘

불법 보조금·공포 마케팅에 방통위 점검 나섰지만

3사 간 줄다리기,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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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시내 번화가에 위치한 SK텔레콤 직영점 티(T)월드 매장에 '고객 보상 패키지' 관련 안내문이 부착된 가운데 인근 LG유플러스 직영점에 SKT 해킹 사고 위약금 면제 관련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사실상 지금도 규제는 거의 없다시피 해서 단통법 폐지 후에 번호를 옮기셔도 단말기 가격 할인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을 거에요. 위약금을 면제받으실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적기에요."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 직원에게 통신사를 옮기기에 지금이 좋은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이후가 좋은지를 묻자 이같은 내용의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판매점은 이른바 '성지(불법 보조금이나 비싼 요금제를 활용해 휴대폰을 직영점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로 알려진 곳이었다.


이 직원은 “아이폰 시리즈의 경우 통상 공시지원금을 많이 주지 않는데 SKT 해킹 사고 이후 이례적으로 공시지원금을 책정하는 케이스"라며 “사실상 공짜로 최신 기기를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공시지원금을 제외하고 남는 구매비용도 매장에서 대신 내는 구조라 가격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지난 4일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통신사를 옮긴 가입자들의 위약금을 면제키로 하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가입자를 최대한 뺏어오려는 경쟁사(KT·LG유플러스)와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한 SK텔레콤(SKT)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5~7일 사이 SKT를 이탈한 가입자는 2만8148명으로 집계됐다. 이동 추이를 살펴보면 KT는 1만3419명, LG유플러스 1만4729명을 각각 흡수했다. 같은 기간 SKT로 유입된 가입자 수를 제외하면,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1만540명이다.




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전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경쟁 또한 절정에 치달았다. 이미 유통 현장에선 불법보조금이 살포되고 있다. 이날 기준 갤럭시 S25에 지급되는 불법 보조금 규모는 70만원 이상을 상회 중이다. 급기야 일부 매장에서 이용자 불안을 조장하는 공포 마케팅까지 등장하면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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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SKT 직영점에 통신사 번호이동 관련 행사 입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이같은 시장 과열 분위기는 일선 매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방통위 현장점검을 의식한 듯 표정관리에 나선 모습이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 번화가에 위치한 통신사 직영점. 'SKT 위약금 드디어 면제 확정'·'번호이동 시 갤럭시 S25 공짜' 등 입간판이 곳곳에 내걸린 가운데 매장 안은 신규가입 상담을 위해 찾은 고객들로 붐볐다. 대부분은 SKT에서 번호이동을 고려 중인 이들이었다.


상담 초기엔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와 유사한 조건의 요금제를 제시했으나, 갤럭시 S25 단말기를 공짜로 구매하는 방법을 물어보자 고가 요금제를 6개월 동안 사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를 들어 출고가 129만8000원인 갤럭시S25 512기가바이트(GB)를 선택한 후 8~9만원대 요금제를 6개월 동안 이용하면, 6개월 이후엔 요금제를 변경한 후 기존 지불하던 5~6만원대만 내면 되는 구조다.


일부 매장에선 가족 동반 할인이나 인터넷·TV 등 결합상품을 추천키도 했다. 기존 5만원대 가입상품을 2만원가량 할인한 가격에 TV·셋톱박스 등을 제공하는 구조다. 인터넷(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지속 감소함에 따라 결합상품을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한 매장 직원은 “1년 반 정도 (기기를) 사용한 후 약정을 1년 연장하게 되면 요금제에서 25% 할인이 들어가고, 특정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추가 할인이 또 붙는다"며 “가족 동반 이동에 결합상품까지 가입하면 기기값과 별도로 백화점 상품권을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얼마나 이어질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하반기 중 갤럭시 S7·아이폰 17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서다. 업계는 최소 3분기까지 번호이동 시장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단통법 폐지 이후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의 담합 구조가 견고한 상황에선 역으로 다 같이 지원금을 내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지금보다 낮은 지원금을 받게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단통법이 사라지더라도 일선 매장에선 판매 수당을 얻기 위해 고객에게 고가의 부가 서비스 등을 권하게 되는 구조인 것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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