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이 60%가량 줄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27 가계대출 관리 대책' 등의 영향에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이 60%가량 줄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계약이 이뤄진 주택매매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청이 지난달 몰린 뒤 순차적 승인이 이뤄지고 있는 영향 등에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5조7260억원으로, 6월 말(754조8348억원)과 비교해 8912억원 늘어났다.
이는 하루 평균 약 891억원 늘어난 것으로 6월(2251억원)의 40% 수준에 그친다. 이런 속도가 유지된다면 이달 말까지 2조7600억원 가량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전월(6조7536억원)의 40% 규모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이 600조8023억원으로 6월 말 599조4250억원과 비교해 열흘 새 1조3773억원 불었다. 6월의 72% 수준인 하루 1377억원꼴이다. 주담대 증가 속도 감소 폭이 전체 가계대출보다는 작았다.
신용대출은 3887억원 꺾였다. 지난달 1조876억원이나 불었던 것과 비교해 대조적이다. 은행권에선 새 가계대출 규제 영향도 있지만 규제 발표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뒤 전산시스템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대면·비대면 대출이 중단된 것도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주 대출 전산시스템이 가동된데다 현재 은행별 대출 신청 승인 추이에 변화가 크지 않은 점을 볼 때 8~9월까지는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가계대출 집행의 선행지표인 은행별 대출 신청 승인 추이는 실제로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A은행의 주담대 신청 승인(서류접수 후 심사 완료 기준) 건수와 금액은 각 3723건, 1조355억원으로 일평균 372건, 1035억5000만원씩 승인이 이뤄졌다. 6월엔 총 8790건·2조2399억원으로 일평균은 293건·746억6000만원이었다.
B은행은 같은 기간 총 주담대 하루 승인액(1466억원)도 전월(1033억원)을 웃돌았다. C은행에서는 이달 하루 566건, 1465억원꼴로 주담대 승인이 이뤄졌는데, 지난달 635건·1745억원과 비교해 각 11%, 16% 줄었다.
이는 지난 6·27 대책 실행과 7월 1일 시행한 3단계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에 앞서 가계대출 신청이 모든 은행에서 몰린 결과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때 급증한 신청 건에 대해 은행이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심사한 뒤 승인함에 따라 이달 승인 실적에 변동이 크지 않은 것이다. 승인된 대출 건이 1~2개월 후 실제 시행된다고 보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8~9월까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은행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길게는 보름 가까이 중단됐던 주담대나 비대면 신용대출이 이번주부터 대부분 은행에서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점도 대출 증가 요소다. 한은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택시장 과열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8∼9월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