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2Q]② 석화 불황 직격탄…롯데·SK 계열사 줄줄이 신용등급 하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16 06:00

올해 상반기 신용평가 3사 정기평가에서 롯데그룹과 SK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이 두드러졌다. 미국 관세 정책,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불황이 길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미 신용등급이 내려간 기업도 추가 하향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 영업 적자, 재무 부담 지속으로 등급 하락…그룹 전반으로 확산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상반기 신용등급 및 전망 변동 현황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상반기 신용등급 및 전망 변동 현황

지난달 신용평가 3사는 영업 적자 등을 이유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내렸다.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변경했다. 모두 영업 적자와 재무 부담을 근거로 들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2분기 적자로 돌아서고 매년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말에는 8941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적자는 2조원을 넘어섰다. 기초화학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전방 수요 부진에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부진한 업황도 계속되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올해 4월 톤당 196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밑돌았다. 2022년 3월 이후 계속 100~200달러를 오갔다. 에틸렌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다는 의미다.


2022년부터 투자를 늘리면서 차입 부담은 크게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 총 5조원 가까이 들여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짓는 'LINE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배터리 소재 업체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6조6244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하락으로 롯데그룹 통합 신용도도 하락했다. 그룹 신용도와 격차가 줄면서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캐피탈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지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롯데물산·롯데캐피탈·롯데렌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그룹이 계열사에 위기 시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신용등급에 반영해 왔는데, 이번 평가에서 그룹 차원의 지원 여력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특히 계열사 간 지원 가능성에 기반해 부여했던 등급 상향 요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자체 신용도에 견줘 높은 등급을 유지했던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의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대부터 롯데케미칼 사업 확장으로 롯데그룹은 점차 내수 중심에서 중화학 비중이 높아졌다"며 “계열 통합 신용도 결정에 롯데케미칼 기여도가 높고, 롯데케미칼 등급 하향 조정으로 그룹 지원 여력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짚었다.


SK 계열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영업적자 지속…재무부담 가중으로 등급 하락

SK그룹 계열사 상반기 신용등급 및 전망 변동 현황

▲SK그룹 계열사 상반기 신용등급 및 전망 변동 현황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배터리, 반도체, 화학 관련 중간 지주사 SKC와 석유화학 계열 자회사 SK어드밴스드, SK지오센트릭 등은 신용등급과 전망이 내려갔다.


한국신용평가는 SKC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한기평과 나신평도 등급하향 기준을 충족한 만큼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SKC는 SK그룹의 이차전지, 반도체 소재, 화학 계열사 일부를 거느리는 중간 지주사다. 주요 사업인 이차전지용 동박과 화학 사업의 부진이 겹치며 202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계속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주력 사업 부문의 비우호적인 업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수익성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중장기 이익창출력도 과거 대비 약화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SK가스의 자회사로 프로필렌과 부산물을 만드는 석유·가스화학 계열사 SK어드밴스드의 신용등급은 기존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내려갔다. SK어드밴스드는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영업 손실이 계속되면서 차입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64.7%에서 올해 1분기 343.8%로 증가했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수년간 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여력이 소진되고 있으며, 이에 재무 레버리지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을 두고 한기평과 나신평은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며 SK지오센트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종은 이미 지난 3년간 등급 하향을 겪었지만, 등급하향 기조는 올해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관세 우려로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고 중국발 과잉 공급 상태가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기업은 투자 축소, 배당 조정, 자산유동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구조조정과 재무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고강도 자구 계획을 추진하더라도 산업 사이클 회복이 뒤따르지 않는 한 재무 안전성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부정적 전망을 부여받은 석유화학사 중심으로 등급 하향 현실화 우려가 높다"며 “상반기에 이미 신용등급이 내려간 업체도 향후 재무안정성 제어 여부에 따라 추가 등급하향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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