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조원 사업’ 기후대응댐 정책 반쪽되나…“재검토하겠다” 김성환 발언에 업계 술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16 15:04

김성환 환경장관 후보자 “기후대응댐 필요성 재검토할 것”
“꼭 필요한 것만 추진, 그렇지 않은 곳은 양해 구해서 중단”
현재 9곳 확정, 5곳 보류 상태…14곳 추진 시 최대 5조원 필요
민주당 일부 의원과 환경단체 반대 목소리 반영된 듯
“한번 계획된 사업, 일관성 있게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주요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기후대응댐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필요성을 정밀하게 다시 따져보겠다고 밝히면서다.




다만, 이미 건설이 확정된 곳도 있어 이를 철회한다면 관련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 환경부 내부까지도 반발이 나올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악화로 이에 대응할 수자원 인프라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정권을 넘어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대응댐 14곳 위치도. 환경부

▲기후대응댐 14곳 위치도. 환경부

16일 기후대응댐 건설계획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물산업계·학회 및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 내부의 불안함이 감지된다.



김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후대응댐 관련해서 “(댐 신설과 관련해) 주민 반발은 없는지 등을 정밀하게 재검토해 꼭 필요한 것만 추진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양해를 구해서 중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댐에는) 다목적댐으로 설계 중인 것도 있고, 평소에는 수문을 열어두고 폭우가 왔을 때 물을 일시적으로 저류하는 용도로 설계하는 댐도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필요성을 정밀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기후대응댐' 명칭에 대해서도 “너무 뭉뚱그려서 표현한 거 같다"며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이 같은 김 후보자의 발언은 민주당 내 일부 의견과 환경단체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3월 11일 이학영 민주당 국회의원 등 5명 의원들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국회에서 기후대응댐 강행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기후대응댐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국책과제로,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거대한 물그릇'을 구축한다는 개념의 수자원 인프라 건설 정책이다. 현재 전국 후보지 14곳 중 9곳은 확정됐고, 5곳은 주민반대 등의 이유로 보류된 상태다. 보류 지역은 △전남 화순 동복천댐 △순천 옥천댐 △충남 청양·부여 지천댐 △강원 양구 수입천댐 △충북 단양 단양천댐이다. 총사업비는 확정 9곳만 하면 약 2조원, 보류 5곳까지 포함하면 최대 5조원으로 추정된다.


김 후보자의 재검토 발언 이후 보류 5곳은 취소 가능성이 높아졌고, 나아가 확정된 곳까지 취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환경부는 폭우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대응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후대응댐을 통해 약 220만명의 시민이 사용 가능한 연간 2억5000만톤의 담수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확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지자체에 아낌없는 지원책을 제시하며 설득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자체 설득을 위해 파크골프장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올해 1월 15일 환경부는 댐 주변 지역지원금을 기존 300억~400억원에서 600억~800억원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와 전문가들도 기후대응댐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수자원학회가 발간한 '4월 이슈페이퍼 보고서'에서는 학회 회원 87명을 대상으로 기후대응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87명 전문가들은 학계 44.8%, 민간기업 35.6%, 공공기관 16.1% 등으로 구성됐다.


응답 결과, 81.6%는 14개 기후대응댐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로는 가뭄 대비 용수 확보(69.9%), 홍수 대응력 강화(65.1%), 기후변화 대응(65.1%)를 꼽았다. 또한 기후대응댐의 필수 기능으로는 홍수 조절(83.7%), 용수 공급(82.6%), 하천 유지용수 확보(53.5%)로 답했다.


수자원학회는 보고서에서 “기후대응댐과 같은 중요한 수자원 인프라 구축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물관리 전략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정권 성향따라 정책을 뒤집기 보다는 꾸준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5조원 규모의 사업이 장관 교체로 재검토 상황까지 가게 되면서 관련 업계와 지자체, 전문가들은 자칫 추진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태웅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수자원학회 수자원현안위원회 위원장)는 “원래 우리나라는 비가 매년 비슷한 패턴으로 왔다. 장마 때 온 비를 가둬 놓으면 1년 정도 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 탓인지 지난 2016년에 2년 동안 마른 장마가 나타났다. 만약 가뭄이 3년 연속 있었다면 국가적으로 위기상황이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공업·생활용수는 계속 늘고 있어 댐 개발은 필요하다. 일단 지역수자원관리계획을 토대로 공청회를 통해 확정된 댐은 추진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환경부가 한번 계획된 사업을 일관성 있게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사업에 지장이 생기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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