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의장 후보 1순위, 케빈 워시→케빈 해싯으로 전환되는 분위기
해싯, 8년간 트럼프 진영에서 활동…“트럼프 섬겨”
비둘기파로 돌변한 워시도 여전히 유력
“후보 마음에 안들면 베선트가 지명될 수도”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사진=UPI/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충성파로 꼽히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경제 참모 중인 해싯 위원장이 파월 의장을 교체할 수 있는 후보 중 선두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연준 의장의 후임에 대한 경쟁 구도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해싯 위원장의 2파전으로 사실상 압축된 상황 속에서 해싯 위원장이 더욱 유력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기자들에게 파월 의장의 후임자로 2~3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에 종료된다.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온 인물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8년 전에 워시 전 이사를 연준 의장으로 고려했지만, 당시 40대로 너무 젊다는 점과 그의 매파적인 기조로 결국 파월 의장을 택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선택을 후회하는 듯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 당시 워시 전 이사를 향해 “그 자리를 원했을 때 왜 더 강하게 나가지 않았느냐"며 “당신과 일했으면 만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고 비판한 뒤 당시 '마이너스 금리'를 보였던 독일에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
하지만 해싯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나눈 뒤 새 의장 후보로 급부상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여기에 해싯 위원장은 지난 8년 동안 트럼프 진영에서 경제정책 조언자로 활동해온 만큼 가장 적합한 후보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책연구소 비콘 폴리시 어드바이저의 스티븐 마이로우 파트너는 “트럼프 밑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들만의 이념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트럼프를 섬기기 위해 있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대했던 게리 콘 전 위원장과 달리 해싯은 전면적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펼쳤다"며 “TV에 잇따라 출연해 무역, 관세, 인플레이션, 혹은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증폭시켰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최근들어 비둘기파로 돌변한 워시 전 이사도 여전히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워시 전 이사는 지난 1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연준의 정책이 정확히 잘못됐다"며 “의장 뿐만 아니라 내부의 다양한 인사들도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금리인하를 지지하는 입장을 냈다.
이와 관련,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이 초래한 인플레이션 위기가 지나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성장책을 보완할 수 있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잘 봉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계속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전 이사와 해싯 위원장에 이어 또다른 연준 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장관에 대해선 “선택지 중 하나"라면서도 “그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그가 일 하는 것(재무장관직 수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식통들은 “다른 후보군들이 부각되지 않을 경우 베선트 장관이 의장직에 오를 수 있다"며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여전히 다크 호스로 꼽힌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이런 가운데 '월가 황제'이자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연준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2분기 실적발표 후 “연준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이먼 회장의 신중한 발언에 대해서 경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한 배경에 다이먼 회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이먼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