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이후 건설사들 “일정·가격 전면 재검토”…물밑 조정 본격화
“강남은 여전한데 외곽만 타격” 수요 쏠림에 전략도 지역별로 분화
중도금 막힌 서울, 비규제 지방은 반사이익…시장 반응 ‘금액별 파편화’ 심화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건설사들이 분양 전략을 서둘러 손보고 있다. 내부적 시장 반응을 주시하며 청약 시기나 분양 조건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대출 한도 6억 원이라는 기준이 지역과 평형, 금액에 따라 다르게 작용되면서 건설사들도 분양 전략을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 건설사들이 바뀐 수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분양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일부 단지는 일정을 연기하거나 미정으로 돌렸고, 다른 단지들은 조건 조정에 나서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6월 말 조사 당시에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진 사업장들이 일부 있었다"며 “수요자 반응이 민감하게 바뀌는 분위기라 건설사들도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무순위 분양 등 비규제 단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이어지는 추세"라면서도 실제 청약 전환율은 수치로 확인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양 현장에서는 지난 6.27 대출 규제가 시장 전체를 일률적으로 흔들지는 않는 만큼 지역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예컨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은 청약 경쟁률이 여전히 높고, 지방에서도 규제 대상이 아닌 곳들이 반사 이익을 얻으면서 분양 여건이 양호해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제대로 파악패 분양 조건-일정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구처럼 지방 주요 단지는 여전히 경쟁률이 높고, 강남도 20억 원에서 30억 원대 고가 아파트가 큰 영향 없이 분양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강남을 겨냥했겠지만 정작 타격은 10억 원 이상 중대형이 몰린 경기 외곽 중간 입지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분양가가 6억 원에서 8억 원 수준인 중소형 단지는 규제 영향이 적지만, 10억 원을 넘는 중대형 단지는 중도금 대출 제한에 걸려 분양 시기와 조건을 다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규제에서 제외돼 기존 일정대로 가고 있지만 서울은 중도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모두 사실상 막혀 신규 분양뿐 아니라 재건축과 재개발도 관망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이 낮아 건설사들도 상황을 지켜보며 분양 시기나 조건을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거래 흐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중 10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은 1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23.9%였으나 규제가 적용된 28일부터 지난 16일까지는 12.1%로 줄었다. 같은 기간 5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40.1%에서 50.4%로, 5억 원에서 10억 원 구간은 36.1%에서 37.5%로 각각 늘었다.
고가 아파트 수요가 줄고 중저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10억 원 초과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대책 시행 이후 10억 원 초과 아파트는 평균 2.8% 상승해 5억 원 이하 구간과 5억 원에서 10억 원 구간의 상승률인 0.9%를 크게 웃돌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3.6% 올라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고 경기도는 0.5% 상승, 인천은 6.1% 하락했다.
재건축 기대가 반영된 노후 단지의 상승폭은 더 컸다. 10억 원 초과 아파트 중 준공 30년 초과 단지의 평균 매매가는 7.3% 올라 신축 단지의 상승률인 3.8%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고가 시장을 지탱하는 구조"라며 “정부가 억제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중도금 대출 제한에 막혀 청약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억 원 넘는 소형 평형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고 지방은 규제 밖이며 강남은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며 “정작 타격은 수도권 외곽 중간 입지에 집중되고 있어 정부가 잡으려는 시장과 실제로 조이는 시장이 어긋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