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서 매매 계약 취소 326건…고가 거래 해제도 7월 들어 44건 급증
매수심리 급락에 거래 자체 ‘멈춤’ 예고…“실수요자 대안 빠진 설계” 비판도
“거래 가능한 조건 자체가 변화…금리 아닌 자금력이 시장 좌우”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6·27 대출 규제 대책' 이후 불과 3주 만에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 계약 취소 건수가 300건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월 한 달간 단 1건에 그쳤던 10억 원 초과 고가 거래 취소 건수가 7월 들어 44건으로 급증하면서 시장 전반에 심리 위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규제 방향은 옳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대안이 빠졌다"며 거래절벽이 본격화되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매매 계약 후 '해제사유 발생일'이 등록된 아파트는 총 32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33건, 경기도 193건이었다.
눈에 띄는 건 고가 거래의 흐름이다. 지난 6월에는 서울에서 10억 원이 넘는 거래 중 계약이 취소된 사례가 단 한 건뿐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같은 조건의 해제 건수가 44건으로 폭증했다. 해제된 단지에는 서초·송파·강남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고가 아파트들도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매수자의 불안심리가 고가 주택 거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급격히 꺾인 것이 특징"이라며 “통상 매수심리의 위축은 관망세를 거쳐 급매 출회, 실거래 감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다면, 현재는 그 2단계 초입쯤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지표도 이를 방증한다. KB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6.27 대책 직후 2주 연속 하락하며 서울은 60.6까지 떨어졌다. 강남 11개 구의 심리 낙폭은 18.6%로, 강북 14개 구보다 더 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계약을 했지만 대출이 막히거나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꺾이며 '차라리 포기하자'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7월까지 계약 해제가 늘고, 8월부터는 거래 자체가 줄며 '정지 상태'에 진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방도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했다. 대책 발표 전후(6월 10일~7월 15일) 수도권 아파트 중위 거래가격은 6억6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억6000만 원 낮아졌고, 전용면적도 84㎡에서 75㎡로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2만474건에서 5529건으로 73% 급감했다. 직방은 “대출 제한으로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거래 가능한 아파트의 조건 자체가 바뀌었다"며 “이제는 대출력이 아니라 자금력이 시장 참여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 보호 장치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소장은 “대환대출이나 이주비 대출처럼 서민 보호 장치가 빠졌고, 설계가 부족하다"며 “정책 취지엔 공감하지만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여파가 청약시장과 경매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도금 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6억 원 한도가 적용되고, 세입자의 전세대출도 제한되면서 분양권 입주자나 경락인 모두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박원갑 위원은 “고가 주택부터 조정 흐름이 시작되고, 이후 중저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은 반사이익이 크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격 메리트를 노린 '갭 메우기' 수요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