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산단에 머리 아픈 한전…‘脫한전’ 가속화 될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1 12:50

대통령실 RE100산단 조성 본격 추진 발표, 지원책도 마련

한전, 제조업 수요 대거 빠져 나가 수익감소 및 계통부담 커져

정부 요금인상과 재정지원 딜레마…한전과 발전자회사 재통합론 부상

RE100 국가산업단지가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

RE100 국가산업단지가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

이재명 정부의 핵심 산업 정책으로 떠오른 'RE100 산업단지'(RE100 산단)가 본격 추진될 경우,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기업들의 수요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결국 한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을 다시 통합시키는 재통합론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전 건너 뛴 전력직접거래 확대로 한전 역할 축소...'탈(脫)한전형' 산단 될 수도

2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RE100 산단이 본격 확산 및 가동되면 기존 한전의 산업용 전력 판매는 줄고, 설비투자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100 산단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대신,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게 된다. 산업부 정책 기조대로라면 사실상 이들 산단은 '탈한전형 분산에너지 특구'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1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산업전환 △에너지전환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있는 RE100산단 조성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성공적 산단 조성을 위해 입주 기업에 세제 감면, 전력구매계약(PPA) 지원, 전기요금 간접 할인, 청년층 정주여건 마련 등 범부처적으로 지원책을 제공할 계획이다.




RE100산단이 성공한다면 한전은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한전은 산업용 전력수요가 대폭 줄어드는 반면, 송배전 설비와 주파수 안정화 장치 등은 여전히 한전이 책임져야 한다. 특히 분산전원 확산에 필수적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가격이 비싸 정부 보조금 없이는 보급이 어렵고, 장마철 등 출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별도의 예비발전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SS, 변전소, 주파수 안정화 등 한전 비용증가 불가피

산업부는 RE100 산단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ESS 설치, 배전망 보강, 변전소 신설, 주파수 안정화 설비 구축 등 필수 인프라 비용은 대부분 한전이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도매시장에서 가장 높은 정산단가를 받는 태양광·풍력 전기를 산단 입주 기업에 저렴하게 공급하려면 발전사업자에 대한 보조금까지도 필요할 수 있다.


발전자회사 역할 축소 가능성에 '재통합론' 수면 위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기존 발전자회사(남동·남부·서부·동서·중부)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발전공기업 재통합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국정기획위원회는 관련 논의를 공식 의제로 다룬 바 있다.


한전이 직접 전력시장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산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막대한 설비 투자와 유지·관리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선 이 같은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 결국 '요금 인상' 또는 '재정지원'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김정관-이호현 라인, 산자위·기획위와 해법 찾을지 주목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와 이호현 제1차관 내정자가 어떤 해법을 마련할지가 정책적 관심사로 떠오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민주당 국정기획위원회 등과의 정책 조율 여부가 향후 에너지정책 방향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100 산단이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재정 리스크를 심화시키는 정책이 될지는 앞으로의 제도 설계와 보완 장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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