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TA “올해 글로벌 SAF 사용비중 0.7% 차지 전망”…전년比 대폭 확대
정부 환경 규제에 항공사들도 넷제로에 동참…韓도 2027년부터 SAF 의무화
항공수요 증가에 탄소감축 상쇄…BNEF, SAF에 비관론
석유공룡들 SAF 생산 주저…“EU 환경규제 지나치다” 지적도
국내항공사 혼합항공유 확대 속 정부 항공운임에 비용전가 최소화 노력

▲(사진=AFP/연합)
글로벌 항공업계의 유력한 탄소배출 감축 수단인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지만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각국 정부는 물론 글로벌 항공사들도 SAF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행객 증가, SAF 공급 부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2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사들의 항공유 사용량 중 SAF 비중이 지난해 0.3%에서 올해 0.7%로 늘어날 전망이다.
항공업계 사상 최초로 SAF가 사용된 적은 2008년이었지만 사용량이 미미해 SAF의 사용 비중은 2021년까지 0%로 집계됐다. 그러나 IATA가 2021년 제77차 연차총회(AGM)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합의하자 2022년부터 SAF 사용 비중이 0.1% 수준으로 올랐고 2023년에는 0.2%, 지난해엔 0.3%로 매년 0.1%포인트씩 늘어났다.
SAF는 바이오 기반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로,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80% 가량 감출할 수 있다. IATA가 지난해 발표한 '넷제로 로드맵'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SAF 사용 비중이 80~90%에 달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넷제로 달성 시나리오'(NZE)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SAF 사용 비중이 10%를 넘어야 한다고 예측했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는 단계적으로 SAF 의무 사용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올해부터 항공유의 SAF 비중을 2%로 설정하고 일본, 브라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도 SAF 의무 사용 비율을 늘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상황이다. 한국 또한 SAF 혼합 의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27년부터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1% SAF 도입을 의무화한다고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항공사들도 이에 발맞춰 SAF 사용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잇따라 제시했다. 캐세이퍼시픽항공, 에어프랑스-KLM그룹은 2030년까지 연료의 10%를 SAF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도 SAF 사용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항공사들의 공시를 집계한 결과, 영국항공 모회사인 IAG 그룹의 지난해 SAF 사용 비중이 1.86%로 나타면서 1위를 차지했다. SAF 사용 2위 항공사는 1.25%를 기록한 에어프랑스-KLM로 나타났고 버진애틀랜틱항공(0.85%), 알래스카항공(0.68%), 노르웨지안항공(0.61%) 등이 뒤를 이었다.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의 사용비중도 각각 0.34%, 0.32%에 달해 SAF 사용 상위 10위에 속했다.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사진=AFP/연합)
이렇듯 각국 정부와 글로벌 항공사들이 탄소배출을 감축시키기 위해 SAF 사용을 늘리고 있지만 탄소중립 달성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SAF 공급이 턱업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블룸버그는 항공사들이 2030년까지 SAF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에서만 공급이 2023년 수준 대비 122배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이같은 공급부족으로 인해 2050년에도 SAF의 사용 비중이 7%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배경엔 글로벌 석유사들이 SAF 생산에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S&P글로벌은 '2025년 바이오연료 및 바이오에너지' 보고서를 통해 “셸, 셰브런,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모두가 SAF 생산 계획을 연기하거나 감축하고 있다"며 “많은 시장 참가자들은 신규 SAF 프로젝트를 위한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BP의 경우 2년 전까지만 해도 친환경 에너지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하루 5만배럴 가량의 SAF를 생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의 공격 여파 등으로 BP가 화석연료 사업에 다시 집중하자 SAF 프로젝트 대부분이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IATA의 헤먼트 미스트리 넷제로 이사는 “석유업계 공룡들이 새로운 SAF 시설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항공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탄소중립 실패의 또다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영국 IAG의 경우 지난해 SAF 사용 비중이 1.9%에 달했지만 여행객 증가로 탄소배출이 5% 늘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IATA는 올해 항공 여행이 6% 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AF를 통해 감축되는 탄소배출이 항공편 증가로 상쇄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세금 등을 통해 여행객들의 항공 수요를 억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렐 복스테일 전 KLM 네덜란드 항공 부회장은 “항공업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이 없을 경우 항공업계는 비극적인 경착륙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각국 정부가 설정한 SAF 의무화 목표가 지나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SAF 공급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부 규제는 SAF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최근 싱가포르의 한 행사에서 “확보가 어려운 제품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환경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SAF의 실제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이 부과되고 있는 것으로 IATA가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U는 SAF 공급자들이 시장을 독점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촉진했다"며 EU의 SAF 의무화 목표 재평가를 촉진했다. EU는 SAF 의무 혼합 비중을 올해 2%로 시작해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해외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SAF의 탄소중립 실패'의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항공업계는 SAF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SAF를 혼합 급유해 미국 시카고발 인천행 여객기를 한 차례 운항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오슬로·스톡홀름-인천 간 화물노선과 파리-인천 여객노선에 SAF 혼합 항공유를 급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적항공사 최초로 국산 SAF를 일반 항공유와 혼합해 인천-일본 도쿄(하네다) 노선(KE719편)에 넣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해당 편 항공유 중 1%를 SAF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채택한 SAF는 에쓰-오일과 SK에너지가 폐식용유·동물성유지를 활용해 만든 것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 탄소 상쇄·감축제도(CORSIA) 인증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도 향후 SAF 사용 의무화에 따른 항공사의 탄소절감 비용이 항공 운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선 운수권 배분 방식 개선 △항공 탄소 마일리지 제도(가칭) 도입 △공항 시설 사용료 인하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