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정책 세미나’ 열려
태양광 등 분산에너지 99.9% 배전망 접속에 몰려 포화
한전, 하반기 배전망 증설계획 발표 및 AI 출력조절 시스템 개시
RPS제도 요금 급등 못 막아, 수익보장하고 요금 안정 CfD 필요
“해외는 공공이 재생에너지 전력 일괄 구매해 필요 기업에 판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방향성'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부분 RE100 캠페인에 가입하면서 이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RE100을 달성해야 한다. 이에 이재명 정부도 RE100산단 조성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발벗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전력망 포화도가 한계에 다다랐고, 기존 전력거래 시스템으로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하기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송배전망을 관리하고 있는 한전이 이와 관련한 대책을 하반기 내놓는다.
양승호 한전 배전망사업실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방향성' 세미나에서 하반기에 지역망 증설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망이란 배전망을 말한다. 송전망이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연결하는 망이라면, 배전망은 변전소에서 각 가정, 건물에 연결하는 망이다.
한전에 따르면 태양광이 대부분인 분산에너지는 현재 총 38GW로, 이 가운데 송전망에는 9GW, 배전망에는 29GW가 연결돼 있다. 접속 건으로는 796건(0.01%)이 송전망에, 100만5725건(99.9%)이 배전망에 연결돼 있다.
즉, 태양광 같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려면 에너지 고속도로 같은 송전망 구축보다는 지역 내 공급을 원활히 하는 배전망 공급이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전력망만 늘린다고 재생에너지 보급 걸림돌을 해결한 건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가 가장 크다. 태양광은 구름이 끼면 전력 생산이 중단되고,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생산이 중단된다. 이런 일이 갑자기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예측과 대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한전은 AI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양 실장은 “한전은 지역 배전계통 재생에너지 감시와 제어가 가능한 ADMS(차세대 배전망 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며 “이를 통해 수요와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모니터링, 계통 예측을 통해 능동적이고 유연한 계통운영 체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ADMS를 활용해 전국 41개 배전센터에서 전국 1만2000여개의 지역망을 실시간 운영 중이다. 한전은 이를 통해 오는 9월부터 재생에너지 출력조절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기술도 선보인다.
기존에는 봄이나 가을철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넘쳐나지만 전력수요가 없으면 강제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망 연결을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망 안정성을 지켰다. 이게 잦아지면서 발전사업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자들의 불만이 컸다.
한전이 새롭게 선보인 기술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망 연결을 끊지 않고, 인버터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수익성을 높여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방안으로 △장기 계약시장 확대 △전력시장의 가격신호 강화 △수급변동 대응 보상체계 강화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RPS(신재생에너지발전 의무) 제도는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재생에너지 가격도 따라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급등 시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고 재생에너지 금융 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 계약모델로 '양방향 CfD(차액계약제도)'를 제안했다.
CfD는 전력 시장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낮을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해주고, 반대로 시장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높을 경우에는 발전사업자가 초과 수익을 정부에 환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는 전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의 좌장 아래 이순형 동신대 교수,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신정훈 한전 전력연구원 소장, 박만근 전력거래소 본부장, 유선희 한전 영업처 부장, 김선교 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 정민규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 팀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유선희 한전 영업처 신영업사업부 부장은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전력 직접구매 계약을 체결하려면 너무 복잡해 보급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공공기관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꺼번에 구매해서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판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사례를 참고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왕진·김용태·김종민 국회의원 주최, 에너지경제신문·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융합연구센터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