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산재 국선 노무사제도' 공약은 산재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노동자에게 국선 대리인(노무사)으로부터 무료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 받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선 대리인 제도는 사선에 비해 인정률이 저조하는 등 그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또한 '업무상 질병'은 '업무상 사고'에 비해 대리인 선임 비율이 높은 반면, 그 승인율은 낮게 나타난다. 실제 대리인 선임 여부와 관계없이 '업무상 질병'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인정률이 낮은 국선 제도의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편, 2017~2020년 '업무상 사고'의 대리인 선임 비율은 1.5%~1.9%이며, 승인율은 94.7%~96.5%이다. 반면에 '업무상 질병'의 대리인 선임 비율은 27.4%~30.6%로 높지만, 이에 비해 승인율은 51.2% ~62.2%에 불과하다. 즉, 근본적으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입증 부담을 줄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산재법 제37조 및 [별표3]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동법 제37조제1항제2호가목.에서 정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다(대법원 2012두24214 판결 등).
즉,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처리 기준은 예시적 규정이지 제한적·열거적 규정이 아니다. 일례로, 폐암의 경우 10년 이상의 석면 노출 기간이라는 기준에 매몰되어 다양한 유해인자의 복합적인 노출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노출 기간이 단순히 1~2년 미달한다는 이유로 불승인되기도 한다.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단순히 유효기간 내인지 외인지에 따라 승인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소음성 난청의 경우에는 사업장의 최고 소음수준(100dB 이상)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85dB 수준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이라는 기준에 따라 노출 기간이 1~2개월 미달한다는 이유로 불승인 판정이 이루어진다.
즉, 판정기관은 지침에 매몰된 기계적·일률적인 판단을 지양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업무상 질병'은 업무 관련성 입증이 매우 어렵다. 판정기관은 직업환경연구원 등의 역학조사 결과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역학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업무상 질병'에 대한 개별 근로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해자나 유족 또는 대리인이 판정 전 역학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의 자문에 대한 신청권'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무료 대리인 지원보다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실질적인 권리 보호 실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노무법인 더보상 이현승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