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여전히 구호만 넘치는 에너지정책, 현실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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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부 전지성 기자

'에너지 고속도로', '탄소중립', 'RE100'… 멋진 구호는 많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정책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다. 분산형 전원 확대, 재생에너지 보급, SMR 산업 육성, 그리고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까지. 듣기만 해도 혁신적이고 전환적인 수식어가 넘친다.


하지만 2025년의 땅 위 현실을 보면 여전히 그 대부분은 '구호'에 머물러 있다. “전기차가 도로에 없던 시절에 충전소를 짓는 게 의미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기차가 도로를 덮은 뒤에도 충전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에너지정책은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정책 목표는 2030년을 바라보지만, 전력망·요금체계·시장제도는 2010년에 멈춰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는 정부의 국정과제는 선명하다. 하지만 정작 송전망 구축은 주민 반대와 재원 부족, 그리고 제도 미비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분산형 전원 체계'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한전 독점의 중앙집중형 전력망 구조에서 한 발도 못 벗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에너지전환에 필수적인 것은 인프라와 재원이다. 하지만 요금 현실화는 정치의 영역에서 여전히 금기어다. 가정용 요금은 민심을 의식해 건드리지 못하고, 산업용은 2년 연속 인상했더니 기업들이 한전에서 빠져나가 한전의 경영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0%, RE100 산단 확대, 에너지 집약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외친다.


구호는 넘치지만, 그에 따르는 요금 개편·시장 설계·보조금 구조는 빈껍데기다. 결국 그 격차를 메우는 것은 공기업의 적자와 국민 부담이다.


탄소중립도, 재생에너지도, 에너지전환도 결국 정치적 결단보다 제도적 설계와 재정 기반이 우선되어야 한다.


장기 공급계획은 있지만, 단기 조정 수단은 없고, 투자 수요는 폭증하지만, 재정 여력은 바닥이다.


공공은 시장에 책임을 전가하고, 시장은 규제 미비를 탓하며, 현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감내한다.


이제는 “2030년까지"가 아니라 “내년 예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말해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고속도로', '탄소중립', 'RE100'이 종이 위 슬로건이 아닌 현실이 되려면, 정치적 용기와 함께 요금체계의 합리화, 민간투자의 길 열기, 제도의 틈새 메우기부터 이뤄져야 한다.


“왜 아직 안 됐냐"는 질문보다, “지금 이대로 가능한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다. 이제는 구호보다,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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