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 전문가들, 지속적으로 ‘LNG 발전 비중 현실화’ 강조
가스공사 수입 확대 위해 차기 전기본 LNG발전 비중 재조정 필요

▲한국가스공사 LNG 터미널에서 LNG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가스공사
정부가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에 나서면서 전력 믹스의 핵심 변수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현행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2038년 발전 비중을 원자력 35.6%, 석탄 10.3%, LNG 11.1%, 신재생 32.9%로 설정해 LNG 비중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
1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 보완, 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미국산 도입 확대에 따른 가격·공급망 효과 등을 고려하면 차기 전기본에서 LNG 비중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NG를 탄소 기준으로 원전·재생에너지와 대립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총시스템 비용을 최소화하는 '유연성 전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확대 국면에서도 LNG는 피크 부하 대응과 지역 열병합, 수소 혼소 발전 등에서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홍종 자원경제학회 회장(단국대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내수가 작은 나라다. 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산업 자체가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탄소중립법에 기초한 경직적 계획경제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간 균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불일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수급계획과 천연가스수급계획을 기존의 '숫자 맞추기'식 접근에서 벗어나 조건부 시나리오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산 LNG 수입 확대와 국내 가스수급 정책의 정합성.
재생 변동성·신규 전력 수요 대응 필요성 증대 “전기본 손봐야 장기계약 가능"
LNG 비중 상향론의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태양광·풍력 비중이 커질수록 장기 무풍·야간 등 '출력 공백' 구간이 늘어나는데, 이는 단기 ESS로는 메우기 어렵다. 둘째, AI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전원망 확충 속도를 앞지르는 상황에서, 짧은 건설 기간과 높은 입지 융통성을 갖춘 가스복합발전은 현실적 대안이다. 셋째, 미국산 LNG는 헨리허브 연동 가격 구조와 비교적 유연한 행선지 조건을 갖춘 계약이 많아, 기존 유가연동 장기계약 대비 가격·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가스공사의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이 전기본 수요 전망을 전제로 수립된다는 점이다. 전기본이 LNG 발전량과 이용률을 축소한 상태로 유지되면, 가스공사가 미국산 대형 장기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수입 물량을 계획 이상으로 늘리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을 전환하려면 전기본의 LNG 비중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승준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LNG 발전 설비는 확대되는데도 발전량은 절반 이하로 축소된다는 것은 이중적"이라며, “청정에너지이자 재생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브리징 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소·암모니아 혼소, CCUS 등 탈탄소 기술과 연계한 천연가스 활용 로드맵이 가스공사 등 공기업 차원에서 더욱 구체화되어야 하며, 수소 경제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계약 조항이 관건...민간 참여 확대 위해 정책·시장 규칙도 함께 바꿔야
한편 기존 도입 물량을 미국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스공사가 향후 계약 조항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가스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동산 장기계약은 목적지 제한이나 전환 시 벌과금 조항이 있어 재협상 없이는 대체가 어렵다"며 “반면 미국산은 FOB(본선인도) 조건과 행선지 유연성이 큰 경우가 많아 포트폴리오 재편에 유리하다. 계약 기간과 물량, 운송비와 터미널 처리능력 등 물류 요소도 병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 직도입 발전사들에 특정 산지 LNG 구매를 강제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상 쉽지 않은 점도 법제도 개정이 필요한 지점이다. 현행법상 가스공사는 도매공급과 비축 의무를 맡고 있지만, 민간 직도입은 자가용에 한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미국산 비중을 확대하려면 가스공사 포트폴리오 조정과 함께 시장 규칙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미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제가 민간 직도입 발전사보다 비싸 발전차액의 원인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공사만 대규모로 추가물량을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며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통한 민간사업자들의 트레이딩 허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산 LNG 확대가 안보·가격·유연성을 모두 잡는 카드가 되려면, 전기본·장기쳔연가스수급계획·시장규칙이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정책은 의향이 아니라 실제 계약으로 증명된다. 정부와 공기업, 민간이 같은 데이터와 가정을 공유하며 움직일 때, 이번 확대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