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협중앙회는 2025.04.07. '소음성 난청 보상 실무지침'을 개정하면서, 필수제출 서류로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보험급여 청구에 대한 필수제출 서류를 과도하게 요건화함으로써 신청하기 전부터 이미 어선원의 사회보험수급권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협은 요건 미비를 이유로 피재 어선원의 신청서류를 착불 반송하거나 사건등록 자체를 보류함으로써, 사실상 산재신청에 대해 일방적으로 부작위 및 거부하고 있다. 이로인해 피재 어선원은 정당한 청구권 행사에 대한 판정조차 없이 서류접수부터 무기한 지연되고, 이는 곧 수급권에 대한 소멸시효 도과 등 법적 불안정 상태에 놓이게 된다.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이하 '어재법')은 국가 사회보험으로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어선원 등의 재해 발생을 신속·공정하게 보상함으로써 어선원의 생계를 보호하고, 어선소유자의 안정적인 어업 활동을 뒷받침하고자 2024.01.01. 시행되었다. 제정 당시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2003.02.19. 법안을 수정 가결하면서 어선소유자에게 관련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을 신설하였다(어재법 제68조 제1항 및 제2항). 법 시행 이후 2022.12.15.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피재 어선원의 요양급여신청 시 보험가입자의 '사전 확인' 절차를 삭제함으로써, 어선원의 사회보험수급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신청단계에서 불필요한 절차적 장벽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특히 '승선중 직무외재해' 제도와 같이 배상책임 관계를 넘어서 해상근로가 갖는 특수성과 환경적 위험성을 반영하여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보장제도로 설계됨으로써, 육상 근로자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것을 목적(대법원 2018두43774 판결)으로 하는 데에 그 제도적 의의가 있다.
2023년 기준 전체 등록어선 약 6만4233척 중 20t 미만의 소형어선은 6만1519척으로 전체 어선의 95.8%에 해당하고, 이중 5톤 미만의 소형어선은 50,912척으로 전체의 약 79.3%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어선원들은 계절적·단기적 출항 시기에 따라 하나의 선박에 오래 종사하기보다 비정기적·간헐적인 근로 제공 형태를 보이면서 이직과 전직이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즉, 영세하고 비정기적인 어업 근로의 본질적인 특성상 한 명의 피재 어선원이 과거에 탑승한 모든 선박의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전부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거의 모든 선박은 작업환경측정결과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피재 어선원은 직업병 진단 시기에 확보하고 싶어도 원천적으로 확보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선원 산재보험 운영 주체인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는 해당 지침 내용을 조속히 폐기하여야 한다. 그리고 산재신청 시 전문의의 진단서와 피재 어선원의 근무이력, 그리고 기존 용역 결과 및 연구자료와 과거 판단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 관련성 판단에 대한 실질적 심사를 하여야 한다. 난청 진단 이후 오히려 법적 불안정 상태에 놓이게 된 피재 어선원의 권리보장을 위해, 진단일과 보험급여 신청일이 오래된 사건부터 처리하여야 한다. 이로써 국가의 사회보험 기능을 정상화하고, 해상근로자의 권리 보호 및 실질적인 사회보험 혜택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무법인 더보상 이현승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