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의결…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핵심
경제8단체 “경영 판단 원칙 명문화, 배임죄 개선 등 보완해야”
시장·소액주주 “자본시장 선진화 기여 기념비적 사건” 평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2차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가결된데 이어 2차 상법 개정안마저 입법부 문턱을 넘자 재계는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추가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두 차례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 보호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 '자본시장 선진화' 작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성된다.
국회는 25일 열린 본회의에서 2차 상법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 힘이 표결을 거부했지만 재석 의원 182명 가운데 찬성 180명, 기권 2명으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또 추가된 개정안이다.
재계 관심사는 집중투표제다. 이 제도는 이사 선임 시 주주가 가진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출하면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이 강화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다만 재계는 우리 경제 환경에서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소액주주 연합이나 투기 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빈번해져 회사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방안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6.7%는 2차 상법 개정안이 회사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를 동시 개정하는 경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상장기업 74.0%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경제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상법 개정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큰 만큼 국회는 입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있는 입법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우선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배임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이 혁신과 성장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형벌과 기업규모별 차등규제·인센티브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영 판단 원칙'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경영상 결정을 내린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배임죄는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처벌, 모호한 구성 요건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 힘도 상법 개정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훈 국민의 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은 겉으로는 소수 주주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기업 경영권을 무력화하고 해외 투기자본에 기업을 내주는 명백한 자해 입법"이라며 “국민 경제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두 차례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액주주들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에게 표를 집중해 이사회에 진입시킬 길이 열렸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재계 총수가 '재벌' 제도 특성을 악용해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 지배력을 발휘하려 했던 꼼수도 많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이 계열사 상장,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등을 무분별하게 시행한다는 불만이 커졌다. 한 대기업 총수는 “중복 상장이 뭐가 문제냐"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윤태준 컨두잇 소장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개인주주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킬 길을 열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감사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이고 결국 그 과실은 모든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