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김호현 교수팀 국제 저널에 논문
초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오염도 높으면
해마 부피 감소 등 뇌 구조 변화 확인돼
인지 저하, 치매 등 신경학적 장애 초래
“노인 주거 공간의 공기질 모니터링을”

▲실내공기가 오염된 집에서 사는 노인들은 뇌 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인지 능력 저하 같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구청에서 독거노인 등 건강 취약 계층을 방문해 건강관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내 공기가 오염된 집에 사는 노인은 뇌 특정 부위가 줄어드는 등 뇌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와 같은 신경학적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경대 나노화학생명공학과 김호현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인 '브레인 사이언스(Brain Scienc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실내공기 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교수팀은 서울과 인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23명(서울 14명, 인천 9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거주하는 공간의 실내공기오염도를 측정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75세였고, 여성 16명, 남성 7명이었다.
참가자 주택의 주방에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측정 장비(Smart Aircok)를 설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탄소(CO₂) 농도를 두 달 이상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 측정된 데이터는 5분 간격으로 수집, 24시간(1일) 평균값을 구했다.
이와 함께 대상자의 뇌 MRI(자기공명영상) 이미지 분석을 통해 뇌 구조를 나타내는 지표(피질 표면적, 6개 영역의 피질 두께, 해마 및 편도체 포함 7개 피질하 구조의 부피)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실내 공기오염 평균값은 PM2.5가 m³당 17.99µg(마이크로그램, 1µg=100만분의 1g), PM10는 24.07µg/m³, CO₂는 791.59ppm로 실내공기질관리법 시행령 기준치(PM2.5: 35µg/m³, PM10: 75µg/m³, CO2: 1000ppm)보다는 낮았다.
그러나 PM2.5 농도 평균값은 세계보건기구(WHO)의 24시간 평균 대기질 가이드라인인 15µg/m³를 초과했다.
실내공기 오염도와 뇌 구조 지표 사이의 통계 분석 결과, 실내공기 중 CO₂ 농도 증가와 좌우측 해마(hippocampus)의 부피 감소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해마는 내측두엽에 위치하고 있는 뇌의 한 영역으로, 뇌의 거의 모든 부분과 신경연결을 이루고 있으며 기억 등록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PM2.5 농도가 증가할수록 양측 편도체(amygdala)의 부피가 감소하고, 우측 해마의 부피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냈다. 뇌의 편도체는 아몬드 모양의 뇌 부위로, 주로 감정 조절과 공포·불안에 대한 학습 및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역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선풍기로 더위를 달래고 있다. 기사와는 직접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연구팀은 논문에서 “연구 참가자가 23명으로 적고 연구 기간이 짧다는 한계는 있다"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는 PM2.5 등 실내공기 오염 물질이 노인의 뇌 구조 변화와 관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부피 감소는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와 같은 신경학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농도 CO₂는 뇌 혈관 및 편도체와 같은 뇌 부위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노인들은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데다 환경 스트레스 요인에 생리학적으로 더 취약하므로, 노인 주거 환경에 특화된 실내 공기질(IAQ) 기준의 확립과 주거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공기 질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실내 공기 오염물질과 뇌 구조 변화 간의 연관성을 조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뇌 질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정책 권고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90%가 WHO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초과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PM10, PM2.5, CO₂,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을 포함한 실내 공기 오염 물질로 인해 전 세계에서 연간 약 380만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