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권에 금소법 적용 법안 발의
적합성 원칙 등 6대 판매규제 준수해야
“은행수준의 심사·운영 체계 마련 못 해”
운영 비용 증가·소비자 수수료 반영 우려

▲상호금융기관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을 앞두고 있다.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을 앞두고 있다. 금소법 적용 대상 확대로 규제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금융시장 고도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실리지만 업권 현장에선 운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모든 상호금융기관에 금소법을 적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금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다.
상호금융권 내 신협에만 적용했던 금소법을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등으로 확대해 적용하는 게 골자다. 앞서 신용협동조합을 제외한 상호금융권은 주무부처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산림청 등으로 제각각이라 소비자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동일한 금융상품을 이용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보호받는 범위가 달라 역차별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일정 기간 내 청약철회권과 불법·부당 영업 발생 시 계약해지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금소법 적용을 받는 금융사는 적합성 원칙과 부당권유 금지 등 6대 판매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개정안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 범위 안에 모든 상호금융을 포함시키며, 위법 행위 발생 시 금융위가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상호금융사가 금소법을 위반하면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업무정지 명령과 같은 행정제재 처분도 요구할 수 있다.
금소법이 상호금융권에 적용되면 소비자들은 금융 관련 문제에 휘말렸을 때 법적 보호를 받기 용이해진다. 사기사건 발생 시 동일한 규제와 의무 아래에 있는 상호금융권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되고, 손해배상 청구 근거도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부처 간 협의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임기 만료로 인해 폐기된 바 있어 법안이 빠르게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상호금융권 현장에선 업무 부담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과 달리 인력과 비용 여력이 부족한 개별 조합이 많은데, 위법계약해지권이 도입되면 동일한 수준의 심사·운영 체계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권은 가장 먼저 운영 및 시스템 투자에 대한 비용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내부 통제나 준법감시, 판매 심사·운영체계 구축이 요구될텐데 상호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인력과 비용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각 조합에 추가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법적 분쟁 증가에 관련한 리스크도 확대됨에 따라 아직은 조합 차원의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비자 부적합 판매를 두고 소송이나 분쟁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법률 자문이나 맞춤 인력 보강에 나서야 하는데 재무 부담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소법 위반 시 상품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과태료도 한층 엄격하게 적용될 방침이다. 이는 곧바로 재무적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
업권은 대출이나 상품 수익구조부터 금리 및 수수료 변화 등 전반적인 변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불완전판매를 고려해 전 상품에 적합성 원칙을 점검해야하고, 리스크가 크거나 복잡한 상품은 위축됨과 동시에 저위험·저수익 중심으로 영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과 연계한 신용보험 가입과 같은 묶음판매도 제한됨에 따라 여신관련 부가수익 구조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단기 비이자수익은 축소되고 은행과 같이 단순 예대마진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비용과 대응력에 대한 지원이나 대비 없이 곧장 법안이 적용될 경우 각종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며 “판매심사나 해지권 대응 등 높아진 운영 비용이 소비자 금리나 수수료에 반영될 수 있고 중소형 조합이나 기관은 가격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저하 압력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