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온 소방차와 페트병 수돗물로 버텨
근본적 해결 위해 중장기 가뭄 대책도 추진
지하저류댐 건설과 저수지 평탄화 작업 추진
연곡정수장 확충, 연곡천 물 홍제정수장 공급

▲최악 가뭄에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1일 강원 강릉시 한 대파밭에 심어진 파가 말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계속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는 물 부족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시민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일 현재 14.5%까지 떨어지면서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의 75%를 잠금하는 강력한 제한급수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 춘천에는 5.8㎜의 비가 내렸지만, 강릉(북강릉 지점)에서 관측된 강수량은 고작 0.6㎜에 그쳤다. 지난 3개월 동안 이어지는 가뭄을 해갈할 수준이 못됐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 하류 남대천에서 지하수를 오봉저수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재난사태 선포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동원된 소방차는 지난달 31일부터 인근 지역과 강릉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물을 나르고 있지만 소방차가 하루에 운반하는 물은 고작 3000~4000톤에 불과하다. 평상시 20만 강릉 시민이 하루 10만톤 안팎을 사용하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 전국 각 지자체에서 보내온 페트병 수돗물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강릉시는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가뭄 대책회의에서 중장기 대책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강릉시는 2023년부터 연곡천 유역에 지하 저류댐을 짓고, 지하에 모인 물을 상수원수로 해서 하루 1만8000톤의 물을 생산하는 정수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저류댐 건설비 250억원을 포함해 모두 470억 원이 들어간다. 지난 7월 설계가 완료됐고, 공사는 올해 내에 시작해 2027년 말에 끝날 예정이다.

▲1일 강원 강릉시청 재난상황실에서 김홍규 강릉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뭄 극복을 약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규 강릉시장은 1일 가뭄 재난 2단계 대책을 발표하고 “하루 1만5000톤 규모의 연곡정수장 시설을 3만2000톤으로 늘리기로 하고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연곡정수장은 연곡천에서 더 취수하는데, 취수량을 늘려도 문제가 없다는 게 김 시장의 설명이다.
강릉시는 또 오봉저수지 바닥을 더 파내 물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도록 바닥 평탄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저수지의 유효저수량이 1430만톤인데, 여기에 630만톤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강릉시는 연곡정수장과 오봉저수지의 물을 사용하는 홍제 정수장을 연결해 오봉저수지 물이 부족할 경우 홍제정수장에서 연곡천의 물로 수돗물을 생산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대천 유역에도 지하저류댐을 건설해 하루 1만5000톤의 수돗물을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처리수를 용수로 재이용하는 방안 등도 강구하고 있다.

▲최악 가뭄에 시달리는 강원 강릉시 급수 지원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소방차들이 1일 오전 홍제정수장에서 물을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강릉시는 1일 오후 열기로 했던 '시 승격 70주년 강릉 시민의 날' 기념행사를 가뭄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