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벤츠 전기차에 공급, SK온 美에 ESS 납품
삼성SDI도 ESS 배터리 美 제공…해외경쟁력 확인
中에 열세 만회 위해 원통형·현지생산 차별화 승부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 SK온 전시관에 ESS 제품이 전시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기업들이 해외 영토를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전기차용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제품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며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SK온은 4일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Flatiron Energy Development)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내년부터 향후 4년 간 최대 7.2GWh 규모 ESS 제품을 공급한다는 게 골자이며, 수주금액은 최대 2조원으로 추산된다. SK온은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LG엔솔도 '빅딜'을 따냈다. LG엔솔은 메르세데스-벤츠에 총 107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벤츠 계열사에 75GWh, 벤츠 AG에 32GWh 규모다.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LG엔솔이 벤츠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를 납품할 것으로 본다. 금액으로 따지면 15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삼성SDI도 해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4000억원대 ESS용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주력 제품은 '삼성 배터리 박스'(SBB)다. SBB는 규격화된 20피트 컨테이너를 이용해 배터리를 포함한 안전·공조 장치를 통합한 완제품이다.
이처 K-배터리 기업의 잇단 수주 성공 배경으로 ESS와 원통형 배터리 등 기존과 다른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SK온의 경우 지난해 12월 ESS 사업실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해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 이후 이번에 관련한 첫 성과를 거뒀다. 이를 계기로 향후 ESS용 LFP 배터리 생산으로 제품 라인업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해 일시적 전기차 수요 둔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LG엔솔은 주력 제품인 파우치 대신 원통형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특히 이를 앞세워 벤츠의 주력 공급사 지위를 확고히 했다는 점도 눈길을 잡는다. LG엔솔은 지난해 10월에도 벤츠와 북미 및 기타 지역에서 50.5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과 67GWh 물량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해 6월에는 체리자동차와 8GWh 수준 계약을 맺는 등 중국 완성체 업체까지도 고객사로 끌어들였다.
삼성SDI 역시 최근 유럽 글로벌 업체와 프리미엄 전기차용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헝가리 생산거점 내 신규 라인 투자를 통해 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삼성SDI 부스에 원통형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그러나, K-배터리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제품 라인업 다양화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한 단계 앞선 기술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K-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 공세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세계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는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한 1102만8000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5.3% 증가했으나 국내 3사의 점유율은 4.4%포인트 하락한 16.7%로 나타났다. 중국 CATL과 BYD는 각각 37.5%, 17.8%로 시장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런 글로벌 시장 상황은 LG엔솔, 삼성SDI, SK온 등이 원통형 제품이나 ESS 등을 통해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배경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44GWh 규모에서 2030년 506GWh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ESS는 특히 태양광·풍력과 달리 미국 감세법 발효 후에도 청정전력 생산시설 투자세액공제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전세계 주요국은 노후화된 인프라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신규 전력망 건설 등으로 ESS 수요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첨단 배터리 기술과 현지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추가 고객사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