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 충격에 3100~3200선 갇혀…증권가 “9월 변곡점 될 것”
美 금리 인하·中 경기 부양 기대감에도 관세 불확실성 부담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역대 정부 중 가장 높은 코스피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 탓에 지난 두 달간 코스피는 3100~320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관세 충격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경계하면서 이달 중 미국 금리 인하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역대 정부 중 최고 상승률…노태우·김영삼 정부 기록 넘어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 시가 기준 2,737.92이었던 코스피는 이달 9일 3,260.05로 마감하며 19.07%나 상승했다. 9일은 정부 출범 98일째 되는 날이다.

▲역대 정부 취임 100일 코스피 성적표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간 코스피 추이를 보면, 이재명 정부의 상승세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노태우 정부 때 증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당시 출범 100일간 코스피는 14.89% 올랐다. 김영삼 정부(13.03%)와 이명박 정부(6.91%)도 출범 100일간 코스피는 강세를 보였다. IMF 외환위기 직후 취임한 김대중 정부는 출범 100일간 36.68% 하락했다.
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며 증시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강력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폈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6개 종목의 순위가 뒤바뀌면서 증시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선·방산·원전 업종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시가총액 상위권 지형이 크게 흔들렸다. 반면 전통적인 강세 업종이던 금융과 자동차주는 뒷걸음질 쳤다.
7월 초 3200선을 돌파할 때만 해도 역사적 고점(3300)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7월 말 이후 코스피는 3100~3200대 박스권에 갇혔다. 7월 말 세법을 둘러싼 논란이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7월 31일 법인세를 인상하고,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의 종목당 주식 보유액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밝힌 개편안도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쳤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 이상'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9월 FOMC 전후, 증시 변곡점 될 것"

▲2025년 코스피 추이
시장은 신중해진 모습이다. 지난달 하나증권은 올해 말 코스피 상단 전망을 3,710에서 3,240으로 대폭 낮췄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말 코스피의 연중 고점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모멘텀이 소진됐고, 미국 관세의 영향을 받을 3분기(7∼9월)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증가라는 점에서 주도주의 상승과 강세장 추세는 전반적으로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장기 금리 하방 경직성과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해 9월 주식시장은 조정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등 의견도 있다. 지난달은 정부 정책, 미 기준금리 인하 향방을 두고 기대와 경계심리 사이에서 코스피가 숨을 고르는 시기였다면 9월 중후반부터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 호재가 나올 경우 이를 토대로 재도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며 단기 과열을 해소하는 국면이라고 본다"며 “미국 금리 인하, 중국 경기 부양 등이 확인되면 상승 반전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후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며 “9월 후반부에는 3,100선 전후 지지력을 바탕으로 3,300선 돌파 시도가 가시화되고, 9월 말∼10월 초 역사적 고점 돌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9월 코스피 범위를 2,950∼3,300으로 제시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년 9월 약세론이 불거지나 이는 과도한 편견이며 현재 상황을 볼 때 주식시장이 하락했을 때보다는 상승했을 당시와 유사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과거 9월 강세를 기록했던 시기의 특징은 △ 완화적 통화환경(2005, 2007, 2009∼2010, 2019년) △ 장기간 주식시장 침체 이후의 회복 국면(2004∼2005, 2012∼2013년) △ 정부의 경기 회복 및 증시 부양 노력(2005, 2009, 2020년)으로 현재와 유사하다고 봤다.
조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동력)과 투자 포인트가 확실한 시장의 주도주(조선·방산·원전), 금리 인하 시기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 바이오, 9월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과 방한객 증가로 구조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 소비로 압축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