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담았던 반도체株
하루 만에 10%대 급락
中, 차세대 반도체 장비 ‘자립’ 속도
K반도체 경쟁력 우려 확산
엔비디아 중심 AI 투자 구조 놓고
‘순환 금융’ 논란 재점화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2.09포인트(10.84%) 떨어진 6023.66으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기술자립' 기대와 인공지능(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겹치면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가 동반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루 만에 13~14%대 낙폭을 기록하자 코스피는 10% 넘게 밀리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되는 등 시장 전반이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2.09포인트(10.84%) 떨어진 6023.66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매도세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순차적으로 발동됐고, 이후에는 두 시장 모두 서킷브레이커까지 작동했다.
코스피는 5.26% 하락한 6400.27에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하며 장중 5992.91까지 밀려 6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이후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6000선을 회복한 채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59.01포인트(7.72%) 하락한 705.85를 기록했으며, 장중에는 697.45까지 떨어져 약 1년 3개월 만에 700선을 밑돌았다.
◇ 반도체 흔드는 변수들...外人 투매, 코스피 '10% 폭락'
지수 급락의 중심에는 반도체주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13.39% 하락한 22만원에, SK하이닉스는 14.65% 내린 155만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종가가 22만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4월 말 이후 처음이며, SK하이닉스 역시 5월 초 수준으로 후퇴했다.
하락 폭도 이례적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일일 낙폭이자 역대 네 번째 수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을 나타냈으며, 이달 13일 기록했던 역대 최대 낙폭과도 불과 1%포인트가량 차이에 그쳤다.
▲올 초 이후 코스피 지수 추이.
증시 수급을 보면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시장 충격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3조2092억원어치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팔았고, 삼성전자도 1조6341억원 순매도했다. 기관이 SK하이닉스를 9077억원가량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배경으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진전과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거론된다. 해외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이전 세대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도 불구하고 핵심 장비 국산화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 AI '순환 금융' 다시 악재로...투자 지속성 시험대
▲28일 삼성전자 주가는 13.39% 하락한 22만원에, SK하이닉스는 14.65% 내린 155만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AI 산업의 투자 구조를 둘러싼 불안감도 반도체주 약세를 부추겼다. 최근 엔비디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와 금융 지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생태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SK그룹과 약 50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국내에 2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차세대 GPU 플랫폼인 '베라 루빈'을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와는 차세대 HBM 공동 개발을 통해 AI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다.
네이버에도 10억달러를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확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당 시설은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장비를 기반으로 구축되며, 투자 이후 규모가 현재보다 세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이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과 국가 산업 전반이 빠른 성장 국면에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러한 투자 방식이 AI 수요를 지나치게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엔비디아가 고객사나 데이터센터 사업자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지원한 뒤 이들이 다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구매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실질 수요보다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데이터센터 임대료를 사실상 보증해 대규모 자금 조달 효과를 낸 사례도 유사한 구조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향후 투자 속도가 둔화되거나 AI 서비스의 수익성이 기대치를 밑돌 경우 위험이 공급망 전반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만딥 싱 애널리스트도 현재와 같은 AI 인프라 투자 흐름이 지속되는 것이 엔비디아에는 필수적이며, 투자 사이클이 수개월만 멈춰도 실적과 기업가치에 상당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