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 4대강도, 벌꿀도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로 오염됐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16 12:49

가장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높은 잔류성
수계에서 광범위하게 검출돼 생태계 위협
꽃가루에서도 검출, 사람 건강 피해 우려
“유럽·미국처럼 사용 규제와 모니터링을”

네오니코티노이드

▲2018년 4월 환경 활동가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벌을 죽이는 살충제 사용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제초제와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한강 등 국내 주요 강과 벌꿀·꽃가루(화분)가 독성이 매우 강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NNIs)로 광범위하게 오염된 사실이 최근 발표된 두 편의 연구 결과로 확인됐다.




전국적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오염 실태를 최초로 보고한 이들 연구는 지금의 오염 상황이 심각한 생태학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시급한 규제 및 관리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 등 생태학적 위험에 규제 나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 중 하나로 유기인계·카바메이트계·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대체하며 전 세계 살충제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해충의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nAChRs)에 결합해 신경 신호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물 환경에서 높은 용해도와 잔류성을 보여 강·호수·지하수에서 흔히 검출되고 있다. 만성적인 노출은 수생 무척추동물, 특히 곤충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담수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주요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의 분자 구조


또한, 벌꿀 및 화분 매개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벌을 죽이지 않더라도 아(亞)치사(sublethal) 효과로 ▶채집 행동 방해 ▶면역 반응 감소 ▶후각 기능 손상 ▶여왕벌 번식 억제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생물체에서 분자구조가 변형된 대사산물도 독성을 지니기도 한다.


생태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식품안전청(EFSA)은 네오니코티노이드의 생태학적 위험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18년 이미다클로프리드· 클로티아니딘·티아메톡삼의 부분적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EU 수질관리기본지침(WFD)은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클로프리드·클로티아니딘·티아메톡삼·아세타미프리드 등 여러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를 '우려 물질'로 지정하고 환경수질기준(EQS)을 설정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화분 매개자 보호를 위해 개화기에는 사용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시행했으며, 캐나다 유해생물관리청(PMRA)은 2023년까지 이미다클로프리드의 단계적 폐지를 발표했다. 호주도 화분 매개자 위험성 평가를 등록 과정의 필수 요건으로 지정하고 노출 완화 지침을 도입했다. 반면 중국은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에 대한 국가적 제한이 거의 없어 환경 중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심각한 수계 오염 실태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에 대한 종합적인 전국 규모 데이터나 환경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오염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창원대 환경공학과 전준호 교수팀은 최근 '유해 물질(Hazardous Material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및 그 대사산물 15종에 대한 전국 규모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2022~2023년 4대강(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130개 지점에서 진행됐다.


이 조사에서 가장 자주 검출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디노테퓨란(88.9%)·클로티아니딘(63.7%)·이미다클로프리드(56.5%)였다. 평균 농도는 디노테퓨란이 L당 121.2 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로 가장 높았고, 클로티아니딘이 39.0 ng/L, 티아메톡삼 39 ng/L, 이미다클로프리드 38.6 ng/L 순이었다. 디노테퓨란은 국내 벼 재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총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농도(ΣNNIs)는 4대강 전체에서 평균 122 ng/L이 검출돼 유럽 강(13~32 ng/L)보다 현저히 높았다. 미국의 일부 지역(최대 450 ng/L, 오대호 지류에서는 670 ng/L)이나 중국(6.6~307 ng/L, 일부 농업 지역에서는 1만7000 ng/L 초과)과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이지만, 국내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수계별 오염도

▲첫 전국 모니터링 캠페인(2022년 5월, 9월, 2023년 1월) 기간 동안 수집된 시료의 총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ΣNNIs) 농도의 시공간적 분포. 음영 처리된 배경은 각 지자체 및 도시의 농경지 면적(km²)을 나타낸다. (자료=Hazardous Materials, 2025)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농도는 남부지방 농업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주요 작물 재배 기간(5~9월)에 최고조에 달하는 등 뚜렷한 계절적 변동을 보였다. 살충제 살포와 강우, 지표면 빗물 유출 증가 등과 관련이 있다. 유역별로는 영산강(평균 539 ng/L)과 낙동강(평균 347 ng/L)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농도가 높았는데, 넓은 농경지와 집중적인 농업 활동 때문으로 분석됐다.


클로티아니딘·이미다클로프리드· 디노테퓨란은 만성 독성 임계치를 빈번하게 초과해 수생태계에 잠재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디노테퓨란(88.9%)·클로티아니딘(63.7%)·이미다클로프리드(56.5%) 순으로 '예측 무영향 농도(PNEC)' 초과율이 높았다.



◇ 벌꿀 및 화분도 살충제로 오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후 및 탄소 순환 연구센터 김준태 선임연구원 등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내 벌꿀 및 화분의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오염 실태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최초의 전국 규모 연구로, 2023~2024년 농업·산악·도시 지역에서 수집된 79개의 벌꿀 샘플과 27개의 화분 샘플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모든 벌꿀 및 화분 샘플에서 최소 한 종류의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가 검출돼 광범위하게 오염됐음을 시사했다.


벌꿀에서는 아세타미프리드(82%)·디노테퓨란(58%)·플로니카미드(52%)가 가장 빈번하게 검출됐다. 농업 지역의 벌꿀에서 플로니카미드(0.33~190 ng/g)·아세타미프리드(0.04~152 ng/g)·이미다클로프리드(0.24~27.8 ng/g) 농도가 가장 높았다.


화분에서는 아세타미프리드(96%)·디노테퓨란(96%)·5-하이드록시-이미다클로프리드(85%)가 높은 검출 빈도를 보였다. 화분에서는 산악 지역 샘플에서 아세타미프리드(0.2~260 ng/g) 농도가 가장 높았고, 농업 지역 샘플에서는 5-하이드록시-이미다클로프리드(6.4~94.3 ng/g)가 가장 높았다. 산악 지역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것은 농업 지역으로부터 대기를 통해 날아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별로 보면, 벌꿀 샘플의 경우 제주도에서 총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평균 농도(166 ng/g)가 가장 높았고, 전남(9.14 ng/g)이 가장 낮았다. 화분 샘플에서는 경북(140 ng/g)이 가장 높았으며, 전남(99.3 ng/g), 제주(88.9 ng/g)가 뒤를 이었다. 이는 지역별 살충제 사용 관행과 작물 유형의 차이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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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7개 지역에서 채집된 벌꿀과 화분 속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평균 농도(ng/g). 각 지역 오염도에서 왼쪽 막대는 벌꿀, 오른쪽 막대는 화분에서 검출된 농도를 말한다. (자료=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5)


한편, 연구팀은 화분 매개자(벌)의 생태학적 위험을 평가했는데, 클로티아니딘과 이미다클로프리드는 벌에게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샘플의 98%가 벌에게 건강 위험을 시사하는 아치사 효과 임계치(0.10 ng/g)를 초과했다. 이는 다른 살충제와 혼합 노출될 경우 벌의 사망률이 현저히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벌꿀 섭취를 통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의 인체 건강 위험은 성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허용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벌꿀 외 다른 식품(과일, 채소)을 통한 노출까지 고려할 경우 전체 노출은 더 높을 수 있어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티아클로프리드의 경우 어린이에게 잠재적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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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프랑스 파리 헌법위원회 앞에서 시위대가 “암의 분노. 살충제 중단"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3일 파리 행정항소법원으로부터 살충제 허가 절차가 생물다양성 보존과 국민 건강 보호에 불충분하다는 판단을 받아 살충제 허가 절차를 재검토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사진=AFP/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시급히 대책 마련해야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사람의 태반을 통과해 제대혈(탯줄 혈액)에서도 검출된다. 살충제 성분에 과다하게 노출된 경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선천성 심장 문제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중국 광저우 중산대학 연구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2022년 11월 발표).


2021년 기준으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국내 판매액은 1426억 원으로 전체 살충제 판매의 22.7%에 차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에 대한 구체적인 환경 규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정책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 규제 강화 및 장기 모니터링 ▶디노테퓨란 등 고위험 물질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혼합 독성까지 고려하는 전략 필요 ▶지역별 오염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정책 수립 ▶급성 위험을 줄이기 위한 완충 지대 설정과 빗물 관리 등 예방적 조치 마련 ▶살충제의 표적이 아닌 다른 생물에 대한 영향, 대사산물의 독성 분석 등 추가 연구 등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오염의 심각성이 드러난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통합적인 관리 전략을 통해 국내 수생태계와 화분 매개자, 나아가서 시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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