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두고 정부·서울시 ‘규제 권한’ 신경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18 15:43

강남3구·용산 1년 3개월 연장, 마포·성동 제외

국토부 지정권 확대 법안 발의…과천·분당까지 확대 검토

“한시제도 도심 장기 적용, 제도 취지와 괴리” 지적

전문가 “현상 유지 전략도 향후 해제 리스크 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 권한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는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토허제 적용을 내년 12월까지 1년 3개월 연장했지만 마포·성동구로 확대하지는 않은 것이다. 국토부가 지정 권한을 나눠가지려 하는 상황에서 홀로 부담을 지기 싫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가 계속되고 확대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의 몫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는 전날 제1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토허제 지정을 1년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규제가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실수요자 주거 안정과 투기 억제를 위해 재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등 8곳도 새롭게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추가 지정이 유력하다고 거론됐던 마포·성동구는 이번에도 빠졌다. 두 지역 모두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져 규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성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7% 올라 전주(0.20%)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마포구 역시 0.17% 올라 전주(0.12%)보다 오름 폭이 커졌다. 이는 서울 전체 상승률(0.0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시가 마포·성동 신규 지정을 미룬 배경으로 국토부와의 규제 주도권 조율 부담과 제도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를 꼽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마포·성동은 지정 요건을 갖췄지만 국토부가 규제지역과 시장 관리의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시가 단독으로 추가 규제를 발표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집값 책임을 서울시가 스스로 떠안기보다 국토부가 주도하는 편이 속이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허제는 특정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실거주 목적이 없는 투기성 거래를 막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현행법상 국토부는 국가 개발사업이나 시·도 간 중첩 지역에서만 토허제를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최근 토허제 지정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9·7 공급대책 직후 국회에서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핵심은 토허제 지정권을 국토부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지자체가 규제에 비협조적일 경우 지정권을 중앙정부가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국토부는 마포·성동뿐 아니라 경기 과천과 분당 등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토허제 확대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허제의 구조적 한계와 장기 적용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는 본래 신도시 보상금 급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한시적 제도였는데, 지금처럼 도심에 장기 적용하는 것은 취지와 어긋난다"며 “인위적으로 가격 변동을 억제해도 언제까지 누를 것인지가 문제이고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성격을 띠는 토허제가 일시적 거래 억제 이상의 효과를 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위원은 “시는 이미 지정된 지역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규 지정은 향후 해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올해 2월 한 차례 해제했다가 한 달여 만에 재지정했던 경험이 신규 지정의 문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마포·성동의 비지정이 되레 대기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연구원은 “풍선효과라기보다 원래 마포·성동을 노리던 수요가 규제 전에 집을 사기 위해 매입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도 “마포·성동을 안 묶으면 '아직 안 묶였다'는 기대감이 대기 자금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며 “광진·영등포·동작 등 인접 지역에서 이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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