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페라리·에쿠스 몰면서 탄소중립 외치는 국회의원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18 14:42
김하나 기자

▲김하나 기자

“2030년까지 국회 차량을 전부 무공해차로 바꾸겠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언식'에서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탄소중립을 다짐했다. 국회가 매년 배출하는 2만2871t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몰고 다니는 건 2016년식 올뉴카니발 디젤(배기량 2199cc)이다. 1km 주행 때 177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연간 1만3000km를 주행할 경우 연간 2.3t을 내뿜는다.


국회의원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경제가 국회 공직자윤리시스템(PET)에 공개된 22대 국회의원의 본인 명의 자동차 등록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기차·수소차를 보유한 의원은 단 8명(2.7%)에 불과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갖춘 의원도 21명(7.0%)에 그쳤다. 반면 배기량 3000cc 이상 대형 승용차·SUV를 몰고 있는 의원은 61명(20.3%)으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개별 사례를 보면 극명하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 명의로 3900cc 페라리를 보유했다. 여기에 벤츠 SL400(3000cc)까지 배우자 명의로 등록돼 있어 단연 '최고 배기량 의원'으로 꼽혔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2013년식 제네시스(3342cc)와 카니발(2199cc)을 처분하고 2021년식 제네시스(3778cc)를 새로 들였다. 배우자 명의 그랜저(2999cc)까지 합치면, 탄소중립보다는 '배기량 업그레이드'에 가까운 선택이다. 김윤덕 의원(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박형수·배준영·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3778cc급 제네시스·에쿠스·EQ900 등을 몰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에쿠스(3778cc)에 더해 2019년식 카니발 리무진(2199cc), 2020년식 GV80(3470cc)까지 함께 보유하고 있다.


물론 친환경차를 모는 이들도 있긴 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본인 차량이 없고, 배우자 명의의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처분해 2024년식 전기차 아이오닉5로 교체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환경부 장관)은 2019년 니로EV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아이오닉5를 몰고 있다. 이학영·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수소차 넥쏘를, 문대림 민주당 의원은 2022년식 GV70 전기차를 보유했다.




선언식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아이들과 손을 맞잡은 퍼포먼스와 의원회관 주차장에 즐비한 '검은색 대형 세단'은 이율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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