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업무조직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부로 나뉘고, 일부는 한시 운영
기후에너지정책실 산하에 기후적응, 기후 신산업 등 신설 부서 확대
“수출 계속 지원” 약속한 이 대통령 약속 무색하게 원전산업 약화 우려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본부. 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직개편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원전 관련 조직은 대폭 축소되고 기후·에너지 전환 관련 부서는 대거 신설될 예정이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이를 두고 “사실상 원전 정책의 퇴장 신호", “정권 초 기조와는 정반대의 조직 개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전 업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부로 나뉘고 일부는 한시 운영
18일 본지가 입수한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 관련 실무협의체 구성·운영 방안 문서에 따르면 원전 정책을 맡는 조직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찢어지게 된다.
현재 산업부에는 에너지정책실 산하에 원전산업정책국(원전산업정책과, 원전환경과, 원전지역협력과)과 원전전략기획관(원전수출진흥과, 원전수출협력과) 등 총 2국 5과 체계가 구축돼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 조직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원전산업정책관 아래 원전산업정책과, 원전환경과, 원전지역협력과가 생기고, 산업부에는 원전전략기획관 아래 원전수출진흥과와 원전수출협력과가 남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전 운영 및 관리와 신규 원전 업무를 맡고, 산업부는 원전 수출 업무를 맡는다.
다만 문서에 따르면 체코 원전 건설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산업부의 원전수출협력과는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없어질 수도 있다. 원전수출협력과에는 8명이 배정돼 있는데, 과가 사라지면 원전 업무인력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전환 조직은 대폭 확대…“재생에너지 밀어주기 명확"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후 및 재생에너지 중심 조직은 전례 없이 대거 신설될 예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신설되는 기후에너지정책실에는 기후에너지정책관 산하에 기후에너지정책과, 기후적응과, 기후에너지정보과가 배치된다. 또 녹색전환정책관에 산하에 녹색전환정책과, 수요관리정책과, 에너지효율정책과, 기후에너지교육과, 기후에너지신산업과, 에너지전환홍보과 등이 새로 들어선다.
기존 산업부 조직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후적응, 에너지효율 교육, 기후 신산업, 홍보 전담 부서까지 신설되는 것은 사실상 에너지 정책의 무게 중심이 원전·화석에서 기후·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흐름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는 셈이다.
업계 우려 커져…“기존 전력믹스 계획 전면 수정 우려"
산업부 산하 원전 관련 조직들이 급격히 축소된 배경에는, 환경부 장관과 대통령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의 신규 원전 계획조차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만 해도 '한미 원전 협력',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등을 외치던 정부가 이제 와서 기후 중심 부처 출범과 함께 원전 조직을 줄이는 것은 전면 정책 선회로 비춰질 수 있다"며 “전력 수급 안정성과 원전 생태계 유지에 심각한 균열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조직 개편은 정책 우선순위의 반영"이라며 “기후 정책 확대 자체는 필요하지만, 기존 원전 관련 기능을 전면 축소하는 방식은 산업과 수출 기반까지 흔드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