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면 부담”…예보 한도 상향에도 저축은행 예금금리 ‘뚝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19 11:35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 연 2.91%
금리 2.92%, 2022년 6월 8일 이후 약 3년여 만

수신 몰려올까 부담…업황상 되려 부담으로 작용
저금리 기조에 당분간 예금금리 낮게 유지할듯

5만원권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수신 유치에는 호재지만, 정작 저축은행들은 업황상 예금 추가 유치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이달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확대됐지만 대출 영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자금이 몰리는 것에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91%다. 이달 초 2.99%를 나타냈지만 3주가 채 지나지 않아 0.08%p 낮아졌다. 금리가 2.92% 아래로 내려온 건 2022년 6월 8일 이후 약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저축은행별로는 애큐온저축은행 2.65%, OK저축은행 2.70%, 한국투자저축은행 2.70%, SBI저축은행2.75%, 웰컴저축은행 2.80%, 페퍼저축은행 2.95%, 상상인저축은행 2.95% 등(상품별로 상이)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예금 금리가 거꾸로 인상되는 등 역행하는 흐름을 나타냈지만 이달 들어 곧바로 하락세로 바뀐 것이다. 이에 1금융권인 은행과의 금리 격차도 미미해졌다. 현재 SH수협은행의 1년 만기 예금 최고금리는 2.90%, SC제일은행 2.85%, 제주은행 2.75%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예금금리는 2.45~2.60% 사이에서 형성 중으로, 저축은행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일반적으로 수신 유치상 호재지만, 현재 업황상 되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낮은 금리를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종전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하는 한도는 5000만원이었지만 이달부터 2001년 이후 24년 만에 1억원으로 한도가 높아졌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예금 금리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저축은행 예금을 선택하는데 있어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권은 특정 고금리 저축은행에 예금이 쏠릴 경우 오히려 자금 운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와 부동산·기업 대출 위축에 영업력이 약화된 데다 경기 부진으로 대출 수요가 꺾인 상황에서의 급격한 수신 확대는 이자비용 부담 등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이달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이달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대출 자산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여신잔액은 94조9746억원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여신 규모가 95조원 밑으로 내려간 건 2021년 9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이 저축은행의 주수익원이다. 대출금은 예적금과 같은 수신금액을 통해 마련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 대출 억제 정책과 함께 대출 공급 자체가 위축되면서 굳이 수신 금액을 공격적으로 늘릴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울러 저축은행들은 올해 연말 약 50조원의 정기예금 만기에 대비해 앞서 높은 금리로 수신 금액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예금 금리를 높일 필요성이 없는 상황으로, 높은 금리의 예금 상품은 오히려 이자 지출 부담을 높일 수 있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신규 특판을 줄이고 기존 상품 금리를 조정하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기준 연 3.0%가 넘는 예금금리를 제공 중인 저축은행은 43곳으로 지난달 말 53곳보다 10곳 줄었다.


단 정기예금에 수요가 몰리면서 수신 규모는 불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7월 말 기준 101조181억원으로 전달 99조5159억원에서 1조5000억원 넘게 늘어 5달 만에 100조원대를 회복했다.


업계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예금금리를 당분간 낮게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기본적으로 서민금융으로 시작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기관이기에 건전성 지표 관리에도 예민한 상태로, 여러 요소를 고려한 처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수익원이 다양해 수신금액을 늘려도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 수신을 늘리는 데 부담이 적다"며 “이런 부분을 위해 일부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처럼 비이자이익 확보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수신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다"라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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