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민주당 정부조직법 개정안 실효성 지적
기재위·정무위 심사 문턱에서 지연 가능성
롯데카드 해킹 사태, 여론전 확산 예상도
“금융소비자 보호·정책 독립성 저하 우려”

▲금융조직 개편안의 입법·추진이 지연되는 가운데, 롯데카드 대규모 해킹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정부의 긴장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금융조직 개편안이 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입법·추진이 지연되는 가운데, 롯데카드 대규모 해킹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정부의 긴장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금융 소비자 보호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회의론과, 부정적 여론이 더 확산될 경우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야당 측 힘이 실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이 지적됐다.
보고서에서는 예산권이 뒷받침되지 않은 재경부의 정책조정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금융위원회가 지녔던 국내 금융정책 기능도 재경부로 이관하고 국내 금융감독 정책 기능만을 남겨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부분 역시 기재부의 기능 분산에 역행하며 2008년 이전의 재경부·금감위 체재로 돌아가는 것이란 비판이다.
이런 반대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지난 18일 행안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통과된 개정안은 오는 22일 행안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23∼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후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방침이다.
다만 기재위·정무위에서 한 번 더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과정상 관문이 남아있다. 기재위에선 기재부 권한 강화를 두고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전문가와 관료들 사이에서 '관치금융 강화' 우려가 많아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위상 조정이 핵심 논의 사항인 정무위에선 금감원 노조 반발과 소비자단체·학계 우려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무위의 경우 금융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집중적으로 반영되는 곳이기에 야당이 끝까지 버틸 경우 교착 가능성이 커진다. 야당 반발이 집중되는 정무위에서 소비자보호 논란을 걸고 넘어지면 정치적 부담을 여당에 전가하는 전략 등 처리 지연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 롯데카드의 온라인 결제 서버(WAS)가 해킹당하면서 200GB 규모의 데이터, 296만9000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야권에선 현재 체제에서도 보안·감시 체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이 기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개편안의 명분인 금융소비자 보호나 금융정책 독립성 강화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해킹 사고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대고객 사과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에도 SGI서울보증 해킹 공격으로 전산마비가 일어난 바 있고, 지난달 웰컴금융그룹도 랜섬웨어 피해를 입었다. 올해에만 법인보험대리점(GA) 개인정보 유출, KB라이프 서버 해킹 등 잇따른 소비자 불편과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조직개편안 토론회에서도 개편으로 인해 금융감독 기능의 분산 시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기관별, 부서별로 정보 흐름이 차단되고 검사·제재권이 약해져 악성 금융사고 대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특히 롯데카드 사고처럼 실질적인 사고 대응 역량과 책임 소재가 흐려질 경우 여론의 불신과 정부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금융권 해킹 사태로 인해 개편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과 부정적 여론이 커질수록 정부의 긴장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과 다르게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 소관 법안은 여야 합의 없이는 통과가 어려운데, 법안 처리가 길어지는 동안 금융기관 혼란과 여론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 다수결로 강행 처리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개편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과 여론전이 커질 경우 밀어붙이는 여당과 정부 측의 부담이 되는건 확실하다"며 “특히 향후 금융정책에 대한 위상과 소비자 보호가 연결된 사안이기에 여론의 반발을 무시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 반대와 내부 저항, 국민적 불신이 장기화될 경우 개편안 국회 통과는 최소 6개월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소관 부처 세부 법안 통과 지연으로 인해 조직 내 혼란이 짙어짐으로써 부정적 여론의 재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관계자는 “야당·금감원·소비자단체 연합 행동이 본격화되면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정부와 금융감독체계의 신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