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 수↑, 면세 소비력↓…‘인두세’ 임차료 구조 부담
백기 든 신라免 ‘DF1’ 반납…롯데免·CDFG 유력후보 부상
■ [미니인터뷰] 롯데免 “향후 조건 검토해 입찰 참여 결정”
“특허수수료 인하·면세 한도 확대 등 정부 지원 필요” 의견도
수년째 불황인 국내 면세 사업자들의 경영 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제한적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행 행태의 변화로 경쟁 난도가 올라간 가운데, 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인천국제공항과의 갈등마저 부담으로 작용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9월 말부터 큰손인 '유커(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가 한시 운영된다. 단기 실적 부양책을 넘어 잃어버린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터닝 포인트로 삼을 수 있을까. 조직 축소·매장 정리 등 '운영 효율화', 상품·서비스·마케팅 등 '경쟁력 강화' 두 가지 측면에서 롯데면세점·신세계면세점·신라면세점·현대면세점 주요 면세점 4사의 생존 전략을 총 5회에 걸쳐 짚어본 후 마지막회로 해외 주요공항 면세사업 운영상황과 업계 의견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 사진=연합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업계 간 임차료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은 가운데, 신라면세점의 백기 선언으로 일부 면세구역에 빈 방마저 발생했다. 사업 철수가 현실화되면서 변화하는 시장 판도와 함께, 향후 누가 인천공항 빈 자리를 채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장 이래 제3기 사업권 기한까지 고정 임대료 방식을 유지했다. 제4기(2023~2033년) 기한 동안에는 여객 수 연동형을 적용하는데, 전체 출국객 수에 객당 임대료를 곱하는 '인두세' 방식이다. 다만, 여객 수가 정상 궤도에 올라선 반면 면세 소비력은 과거만치 못해 현실과 동떨어진 셈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1인당 소비는 줄어든 상황에서 여행객이 공항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임차료는 부과된다"며 “사실상 버는 돈은 없고 임대료만 계속 올라가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장기화된 면세산업 불황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천공항이 임대료 체계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창이공항만 봐도 객수 증가세가 매출 성장세를 앞지르자 기존 면세점 사업자 임대료를 최대 30% 낮췄다.
인천공항과 가장 확연히 다른 임대료 산정 체계를 갖춘 곳은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이다. 판매액과 영업요율 등을 고려해 임대료를 매기는 구조로, 2023년 말부터는 최소보장액을 대폭 감면해 기존의 23%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이 밖에 태국·홍콩 등도 임대료 인하를 협의하는 단계다.
반면 인천공항 측은 입찰 공정성·타 업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임차료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법원이 신라·신세계면세점에 대한 임차료 강제조정안 결정도 내렸지만, 권고안에 인천공항은 이의신청으로 응수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라면세점은 지난 18일 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판매하는 DF1 사업권을 반납했다. 사업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매장 철수에 따른 청산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결과로, 남은 DF3(패션·부티크) 구역은 운영을 유지한다. 또 다른 입점 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아직 향후 대응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다만, 면세구역 공백이 발생하면서 인천공항도 새 수익원 발굴이 불가피해진다. 업계 추정대로라면 면세점 임대료를 포함한 비(非)항공수익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전체 수익의 65%를 차지할 정도다. 향후 6개월 내 신규 사업자를 모집해야 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국 국영 면세기업(CDFG)과 4기 사업권 입찰에 탈락했던 롯데면세점을 유력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미니인터뷰] 롯데면세점 “향후 조건 검토해 인천공항 입찰참여 결정"

▲황원철 롯데면세점 대외협력팀 팀장.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재입성 관건은 '합리적인 임대료 타협선을 찾을 수 있는 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여전히 홍보 측면에서 인천공항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만, 앞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손을 뗀 대표 사례기도 하다.
황원철 롯데면세점 대외협력팀 팀장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권은 매출 규모로 보나, 대표 국가 관문인 상징성 측면으로 보나 매력적인 요충지"라며 “향후 입찰 조건 등을 면밀히 검토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4기 입찰 당시 탈락 고배를 마셨던 롯데면세점은 이후 수익성·효율성이 검증된 영역만 집중 공략하는 질적 전환에 주력해 왔다. 개별 관광객(FIT)·단체 관광객 유치 강화, 재고 운영 최적화 등의 안정화 조치까지 더해 올 상반기(1~6월) 업계 유일 영업이익 흑자를 내는 등 수익성 개선세가 본격화된 터다.
상업성 위주의 매출 구조 탈피를 선언한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입점을 통해 어떤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미 롯데면세점은 새 돌파구로 업계에서 '알짜'로 통하는 김포공항 면세 구역 사업권까지 싹쓸이한 상황이다.
황 팀장은 “롯데면세점은 단순 외형 확장보다 핵심 거점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초에는 김포국제공항 주류·담배 구역 사업권을 7년간 확보해 유일 면세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 대비 객수는 적지만 비즈니스 수요가 많아 객단가가 높은 곳으로 평가 받는다.
단기 수익 회복을 넘어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 구축까지 넘보는 롯데면세점의 행보는 핵심 고객군의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는 업황과 무관치 않다. 현재 국내 면세산업은 △중국 경제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자국 내 면세산업의 육성에 따른 한국 면세점의 매력도 저하 △방한객들의 로컬 저가상품 소비·체험 위주 관광 활동 변화 등의 복합 위기에 마주한 상태다.
황 팀장은 “코로나19 종식 이후로도 시장 위축 요인이 연속돼 면세산업의 장기적인 침체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과거처럼 중국 고객 이후 시장을 견인할 신규 핵심 고객군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황 팀장은 “이 같은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내부 체질 개선과 자체 경쟁력 강화가 더 필요한 때"라며 “기존의 면세점과 차별화해 어떻게 매력적으로 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라고 덧붙였다. 전통적인 면세점의 명품·국산 화장품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최신 유행에 맞춘 K-패션·식품 등의 상품 개발은 물론 체험 콘텐츠까지 복합화한 공간으로 꾸려야 한다는 것이 황 팀장의 주장이다.
황 팀장은 업황 회복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관세 정책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 규제 완화와 개선에 어려움이 있지만, 황 팀장은 “특허수수료 인하와 면세 한도 확대, 국내외 판매 및 유통 채널 확장 등 과감한 제도 개선이 병행된다면 시장 규모 25조원 이상의 중요 산업으로 재도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