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컨트롤타워의 조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23 10:56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지금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환경부와 산업부의 일부 기능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정책을 한 곳에서 다룰 수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구상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기후와 에너지를 통합하되 환경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에서도 기후와 에너지를 묶는 경우가 많지만, 환경까지 포함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유는 규제 중심의 환경 정책과 산업·에너지 진흥 정책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국식 실험이라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혼재되어 사회적으로 여러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는 기후정책은 환경부, 에너지정책은 산업부가 맡아 서로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함께 조율하면 정책의 일관성이 높아지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기후 리더십을 보여주는 상징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예산과 조직이 커지는 만큼 정책 추진력도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크다. 환경부는 규제 중심 부처다. 여기에 에너지산업 진흥 기능이 결합되면 '규제와 진흥'이라는 상반된 목표가 충돌할 수 있다. 산업계는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을 맡으면 규제가 더 강해질 것이라 걱정한다. 전문성 확보와 갈등 조율 능력 역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통합형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정부는 대기오염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당시 취사・난방의 주 에너지원 이었던 연탄을 도시가스로 전환하면서 고체연료사용금지, 청정연료사용의무화라는 강력한 연료사용규제를 도입하였다. 이 규제는 초반에는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 그리고 자동차와 정유 산업의 기술 혁신을 이끌었다. 규제가 새로운 산업 성장을 촉진한 셈이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다. 급격한 연탄 사용 감소로 탄광촌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회적 갈등도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도시가스 공급의 지역독점이라는 특혜를 당시 연탄회사에 부여하여 도시가스회사로 전환하도록 함과 동시에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을 통해 폐광지역을 지원했다. 하지만 규제의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기에는 부족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분명하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충격 완화 장치가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지혜롭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단순한 간판 교체나 부처 통합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대한 시험이자 도전이다. 성공의 열쇠는 규제와 진흥의 균형 외에도 정책 충격을 흡수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실행력이다. 특히 여야합의를 통해 어렵게 기반을 다진 에너지3법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위법령과 시행령을 시급히 제정하여 해상풍력 확대, 사용후핵연료 관리 그리고 전력망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3법의 집행력을 높이고, 중앙정부·지자체·산업계·시민사회의 참여와 협력을 도모한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적 실험을 넘어 국제적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과거의 교훈을 살리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여 갈등의 진앙지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되길 기대한다.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