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자금 90% 부채 상환, 투자 여력 '제로'
2년 연속 대규모 증자에도 차입 부담 여전
이자비용도 못 내는 구조, '좀비기업' 문턱
“기존 소액주주 배려해야"…시장 반응 싸늘

▲사진=한온시스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자동차 열에너지 관리 설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이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다시 한 번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조달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추가 차입 여력이 다해 결국 주주에 또 한 번 손을 벌리게 된 것이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 부담만 떠안는 구조라는 지적과 함께, 실질적 반등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전일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가액은 주당 2590원으로, 전일 종가(3175원) 대비 약 18% 할인된 수준이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수는 3억4750만주로, 우리사주조합에 20%(1800억원), 기존 주주에 80%(7200억원)씩 배정된다. 우리사주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해당 물량은 기존 주주에게 추가 배정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이번 증자에서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와 함께 최대 35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우리사주조합 몫 1800억원을 제외한 최소 3700억원은 국민연금과 일반 소액주주에게 배정된다. 만약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청약 참여가 저조해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해당 물량은 일반공모로 전환된다.
현재 한온시스템의 지분 구조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55%로 최대주주이며, 한앤코가 22%, 소액주주가 18%, 국민연금이 5%를 보유하고 있다.
청약은 오는 12월 26일까지 진행되며, 신주는 2026년 1월 12일 상장돼 매매가 개시될 예정이다.
증자로 확보되는 자금 중 8000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488억원은 시설자금으로, 512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자금 대부분이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가 아닌 '연명'을 위한 용도로 쓰이는 셈이다.
한온시스템은 이미 지난해 12월 6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차입부담은 커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악화되자 주주에 손을 벌린 상황이었다.
한온시스템의 2023년 부채비율은 268.5%, 차입금의존도는 44.9%였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부채비율은 100%를, 차입금의존도는 30%를 안전성의 기준선으로 잡는다. 차입금의존도는 총자산 가운데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지표로, 기업이 자산 조달에서 이자 부담이 있는 차입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온시스템의 경우 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은행 대출, 회사채 등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차입금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재무건전성 악화는 곧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한온시스템의 당기순이익은 -3586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2023년 순차입금이 3조4000억원까지 치솟으면서 이자비용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한온시스템의 이자비용은 2648억원으로 영업이익 955억원의 약 3배에 달했다.
지난해 유상증자 후 부채비율은 14.3%포인트(p) 줄어든 254.2%, 차입금의존도는 1.9%p 감소한 43%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영업익 성장률 '반토막'…수익 개선 못하면 '좀비기업'으로
한온시스템의 이번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수익성 개선의 여력은 불확실한데 이를 해소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는 시각이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BEV) 시장 확대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부품 수주를 늘리고 있지만, 수익성은 되레 악화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영업이익률은 2015~2019년 평균 7.3%에서 2020~2024년 3.2%로 크게 하락했다. BEV 시장 초기 당시 회사가 내세웠던 '중장기 수익성 개선' 시나리오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확대를 전제로 했으나, 실제 시장 규모는 아직 내연기관 부품만큼의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지 못했다. 차량 내 열관리 시스템 수요가 부각되면서 BEV 부품 수주를 늘렸지만, 고객사와의 장기 거래 관계를 기반으로 한 단가 인상도 쉽지 않아 전사 이익률은 오히려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의 중장기적 주가 상승은 자금조달 이후 추진되는 자구책과 시장 환경 반전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며 “다만 시장 환경 반전만으로는 동종 업계(peer) 대비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제한적이고, 단순 자구책만으로는 구조적인 영업환경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순차입금은 현재 3조8000억원대에서 3조원 안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규모에 비해 이자비용 부담이 커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한온시스템의 영업이익은 854억원, 이자비용은 1200억원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80억원으로 순손실을 냈다.
하반기에도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온시스템은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미만을 기록하게 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온시스템의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한 상태가 1년 반 이어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간주되며, 3년 연속 1배 미만일 경우 한계기업(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영업이익 규모에 비해 순 이자비용의 부담이 있다"며 “실적·주가 하락에 이어 추가 증자 금액의 납부 혹은 지분율 희석이라는 상황을 맞이한 기존 소액주주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구조 개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미국과 중국 전기차 선도업체들) 수주 확보와 현대차그룹에 대한 열관리시스템 공급점유율 유지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온시스템 주요 재무지표 [사진=한국기업평가]](http://www.ekn.kr/mnt/file_m/202509/news-p.v1.20250923.054b845e74de4ad2b5d4cd66d5f4ac7b_P1.png)
▲한온시스템 주요 재무지표 [사진=한국기업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