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제멋대로 회계’ 논란…“법 위반·의회 심의권 침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25 11:26

감사위 “순세계잉여금 본예산 선계상 3년 연속…엄격 추계 권고”

재정 위기 주장 속 결산 전 ‘남을 돈’ 미리 계상에 모순 지적

전문가 “지자체장 마음대로 예산 편성-집행 허용, 재정 신뢰 흔들…제도적 미비점 보완해야”

서울시청 전경

▲서울시청 전경. 사진=서예온 기자

서울시가 지난 3년간 '불확실성'을 이유로 쓰고 남은 예산(순세계잉여금)의 규모가 채 확정하기도 전에 부적정·과다 계상해 다음해 예산에 수입으로 잡아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중앙 정부 재정 운영을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어서 '내로남불' 행태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방회계법 취지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남은 돈이 예상보다 적어 추가경정예산이 불가피해지면서 서울시의회의 예산 심의권이 침해됐고, 지자체장이 마음대로 예산을 편성·집행할 수 있는 빌미를 준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25일 서울시의회 결산검사위원회가 최근 펴낸 '2024회계연도 결산검사의견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말 올해 예산을 짜면서 채 확정되지도 않은 당해년도 순세계잉여금을 3501억 원으로 미리 예상해 세입에 계상했다.


그러나 결산 결과 실제 금액은 크게 부족했다. 특별회계별로 보면 △교통사업특별회계 156억 원 △주택사업특별회계 2341억 원 △한강수질개선특별회계 20억 원 △소방특별회계 172억 원 등 총 2689억 원이 예상보다 모자랐다. 이 때문에 시가 애초 계획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 같은 순세계잉여금의 부적정·과다 계상은 최근 3년간 계속 반복됐다. 결산 보고서는 “채무 상환이나 이자 비용 절감에 써야 할 귀중한 재원을 과다 계상한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현행 지방회계법 제19조와 시행령 제17조는 “회계연도가 시작된 뒤 자금 형편상 부득이한 경우에만 전년도 결산 이전이라도 순세계잉여금을 세입에 이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정말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만" 남는 돈을 미리 계상해 다음해 예산에 수입으로 잡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3년간이나 이를 '상시적'으로 순세계잉여금 사전 계상 행위를 반복해왔다. 결산보고서는 “이런 식의 상시 편성은 법의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을 우선 활용하고, 경제·세수 여건이 불확실한 만큼 결손이 나지 않게 엄격히 추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시 예산과 관계자는 “특별회계의 경우 지방회계법 시행령 제17조에 자금 형편상 부득이한 경우 결산 전 순세계잉여금을 세입에 이입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법령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이뤄진 편성"이라고 해명했다. 시는 교통·주택·소방 등 특정 사업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특별회계의 성격상 '자금 형편상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또 “앞으로는 세입 징수와 세출 집행을 더 면밀히 살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은 “횡령이나 분식회계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지방회계법 위반 소지가 분명히 있다"며 “자동 추경이 불가피해져 지방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산도 전에 남을 돈을 미리 예산에 잡으면 실제 수입이 예상보다 적을 때 사업 차질과 불용액 증가 등 재정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세입 추계의 근거와 재원을 명확히 공개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현행 법이 순세계잉여금의 결산 전 이입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입법적 결함"이라며 “예산은 기관장이 재량으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구체적 사유와 절차를 법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근거 없이 기관장이 재량적으로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위반될 수 있다. 과도한 재량권을 막기 위해 순세계잉여금 운용 기준을 세밀하게 마련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너머서울(불평등을 넘어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김일웅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방정부가 늘 재정이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남을 돈을 미리 예산에 잡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감사에서 3년 연속 지적됐는데도 시정이 안 된다면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방정부 감사 지적이 수년간 반복될 경우 시의회가 감시를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시의 '엉터리 재정 운용'을 두고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은 전날 '서울시·자치구 지방재정 공동선언' 포럼에서 “서울 재정이 초비상 상황"이라며 “중앙정부가 협의 없이 소비쿠폰 사업비 5800억 원을 떠넘겼고, 국고보조율도 서울은 75%로 다른 지역(90%)보다 낮게 적용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방식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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