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의 카워드] 배터리 액침냉각, ‘열폭주’ 잡는 차세대 해법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30 15:26

급변하는 전동화 시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쏟아지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카워드'는 자동차와 관련한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관련 업계 동향을 함께 소개해서 독자들이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액침냉각 시스템에 서버를 담그는 모습, 서버를 교체하는 모습

▲액침냉각 시스템에 서버를 담그는 모습. 삼성물산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배터리 안전성과 열관리 문제가 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고출력·급속충전이 보편화되면서 기존의 수냉식·공랭식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셀을 절연 유체에 직접 담가 식히는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이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계의 차세대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SK엔무브는 최근 '인터배터리 2025' 전시회에서 무선 BMS와 결합한 액침냉각 배터리 팩을 최초로 시연했다.



이 솔루션은 비전도성 냉각유가 셀에 직접 닿아 극한 열을 빠르게 해소하는 동시에, 무선 BMS를 통해 배선 레이아웃을 최적화해 에너지 밀도와 신뢰성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SK온은 “2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며 기술 자신감을 드러냈다.


왜 지금 '액침냉각'인가

최근 대형 전기차 화재와 잇따른 열폭주 사고로 '배터리 안전'은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최대 과제가 됐다. 기존 공랭식은 열전달 속도가 느리고, 수냉식도 냉각판을 거치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열 확산을 막기 어렵다.




반면 액침냉각은 절연 특성을 지닌 특수 냉각액에 셀이나 모듈을 직접 담가 온도를 균일하게 낮추는 방식으로, 빠른 반응성과 높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열폭주가 인접 셀로 번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 면에서 차별성이 뚜렷하다.


중국 CATL은 세계 최초로 액침냉각을 적용한 '샤오둥(神行, Shenxing)' 배터리를 발표하며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냈다. BYD도 일부 전기버스에 시범 적용을 시작했고, 테슬라 역시 차세대 플랫폼에 액침냉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파일럿 프로젝트를 넘어 실제 양산 적용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 선점 경쟁이 가속화되는 셈이다.


글로벌 적용 가속화…K-배터리, '안전·성능 경쟁력' 핵심으로 주목

열폭주 실험

▲액침냉각 ESS 안전성 테스트 영상

한국 기업들도 액침냉각을 '차세대 배터리 안전·성능 경쟁력'의 핵심으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기술 검증과 초기 사업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G와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를 중심으로 비전도성 액체 냉각 기술을 연구 중이다. EV 적용은 제한적이지만, AI 데이터센터 냉각유 사업과 연계해 기술력을 점검하며 배터리용 적용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자체적으로 냉각 시스템과 냉각유를 병행 개발하는 점이 특징이다.


SK온·SK엔무브는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내년 합병을 앞둔 두 회사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 액침냉각 배터리 팩을 무선 BMS와 함께 공개하며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급속충전 시 열폭주를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화재 안전성 확보의 '게임체인저' 기술로 평가받는다.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ESS용 절연 냉각유 개발 경험을 EV 배터리에 접목하며 시장 확산을 노린다.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액침냉각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고안전성·고에너지밀도 셀 연구에 집중한다. 현대차·기아와 협업해 차세대 원통형 셀(21700) 및 로봇용 배터리를 선보이는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 기술에 주력하면서, 액침냉각은 후속 연구 과제로 두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대형 상용차와 PBV(목적기반차량)를 중심으로 액침냉각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수냉·히트펌프 기반의 냉각 시스템이 주류지만, 고출력 상용 EV를 위한 차세대 플랫폼에 액침냉각을 접목할 수 있는지 타진하는 단계다.


종합하면, 국내 업계는 SK온·SK엔무브가 기술 개발과 상용화 속도에서 가장 앞서 있으며, LG엔솔은 데이터센터·ESS 사업과 연계한 간접적 접근, 현대·기아는 상용차 중심 타진, 삼성SDI는 '안전성 우선 전략'이라는 각기 다른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


냉각유·비용·표준화는 해결과제…국내 배터리·완성차에 '전화위복 기회'

액침냉각이 '만능 해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난관이 있다.


첫째, 냉각유의 장기 신뢰성 문제다. 전기화학 반응과의 호환성, 누액 시 안정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비용 경쟁력이다. 냉각유 자체가 고가인데다 팩 설계 복잡성이 높아 완성차 가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셋째, 표준화 문제다. 글로벌 OEM마다 다른 팩 구조와 냉각 요구 조건이 있어 범용 적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침는냉각은 한국 배터리·완성차 업계가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ESS 냉각 사업과의 시너지를 활용하면 사업 다각화가 가능하며, 급성장하는 전기 상용차·PBV 시장에서는 '안전성 강화'라는 명확한 수요가 존재한다.


또 SK온·SK엔무브 합병을 통한 기술 통합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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