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같은 중국산인데 BYD와 테슬라는 다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30 17:30
산업부 이찬우 기자.

▲산업부 이찬우 기자.

올해 초 중국 완성차기업 BYD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반응은 차갑다. “중국차는 싸구려다", “배터리 폭탄을 타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뮤니티마다 이어졌다. 전기차 화재 이슈가 나올 때마다 BYD 같은 중국 업체들은 곧바로 비난의 표적이 되곤 했다.




반면에 국내 소비자들은 테슬라 모델3·Y 앞에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긴 대기 행렬, 출고 인증,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칭송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국내에 팔리는 테슬라 차량들 대부분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돼 수입된다. 소비자들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BYD에만 적용하는 경계심을 테슬라의 로고 앞에선 감춰버린다. 브랜드만 다를뿐 같은 '메이드 인 차이나'임에도 정반대의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이런 이중잣대의 시선은 소비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업 현장으로 시야를 확장하면 더 뚜렷하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산 원재료 의존 때문에 끊임없이 비판의 먹이감이었다. “중국에 의존하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론이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 완성차들의 중국 현지생산 비중이 커지고, 테슬라 등 주요 수입 전기차 역시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탈중국' 구호와 달리 완제품과 부품, 소재 전반에서 '중국산'이 공급망 속에 깊숙이 파고든 상태다.




역사적으로 이런 현상은 낯설지 않다. 1970~80년대에는 '메이드 인 재팬'이 값싼 모조품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소니와 토요타는 시간이 흐르면서 신뢰와 혁신의 대명사가 됐다. 지금 중국산 역시 글로벌 EV·배터리 시장 1위를 기록하며 비슷한 길을 밟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소비자는 여전히 '중국산은 불안하다'는 낡고 편향된 고정관념에 기대어 심리적 안도감을 찾는다.


문제는 이런 '인식의 모순'이 결국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중국산을 경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일상 속 깊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갈수록 '중국산의 존재감'은 더 커지고 있다.


경계해야 할 대상은 '중국산' 라벨이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생활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차이나 파워'다. BYD는 외면하면서 테슬라만은 예외라고 여기는 착각, 바로 거기서부터 '중국의 함정'은 시작된다.



이찬우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