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주년…신사업 육성 지속성장 점프업 구상
현대차 브랜드 최고권위 반열 진입 리더십 발휘
로보틱스·수소·AAM·PBV 등 신사업 도입 ‘두각’
美관세 피해 최소화, 中시장 점유율 회복에 집중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14일 취임 5주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동안의 경영 성과를 토대 삼아 '관세전쟁 극복' 과제 해결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리더십 체제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 판매 '빅3'로 도약한 것을 비롯해 로보틱스, 수소,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신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데 따른 자신감을 발로인 동시에 그룹을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직면한 경영 위해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21년부터 매년 뉴스위크(Newsweek), 오토카(Autocar), 모터트렌드(MotorTrend), 오토모티브뉴스(Automotive News) 등 글로벌 매체로부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며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체제' 이후 현대차그룹 자동차들의 상품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 아이오닉 5, EV6 등 전용 전기차들을 출시해 세계 최고 권위의 '올해의 차' 타이틀을 휩쓸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9. 아이오닉 9의 동력시스템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2025 워즈오토 10대 엔진 및 동력시스템'을 수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723만대가 넘는 제품을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했다. 판매 순위로는 일본 토요타그룹,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22년 처음 3위 자리를 꿰찬 이후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기준 글로벌 2위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젊은 리더십'을 앞세워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자동차를 넘어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역량을 키우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이미 수석부회장 시절인 지난 2018년 '로보틱스랩'을 신설했고, 이어 글로벌 최고 수준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해 2021년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이후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물류로봇, 서비스로봇, 웨어러블로봇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미국에는 연산 3만개 규모 신규 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고객이 차량 안에서 더 편안하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강조한 대로 SDV를 그룹 차기 신사업으로 주목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브랜드 '플레오스(Pleos)'를 중심으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고, 내년 3분기 SDV 페이스카(Pace Car)를 제작해 실증 테스트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AAM 사업 역시 인류가 꿈꿔온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AAM 전담법인 슈퍼널(Supernal)을 설립해 최근까지 미래항공 교통분야 기술개발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앞으로는 완성도 높은 제품 개발과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진입을 추진하는 등 사업 개발 및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처럼 승승장구 하고 있는 정 회장이 관세전쟁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4월부터 미국에서 부과된 25%의 자동차 관세가 가장 큰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이 15%까지 관세 인하에 성공했지만 한국은 미국 측과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3분기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은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운임 리스크'까지 생겼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을 견제하고 미국산 선박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입항 수수료 제도를 손보면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0일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의 입항 수수료를 톤당 46달러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부과 횟수는 연 5회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앞으로 미국에 갈 때 수십억원 규모 수수료를 내야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최소 수백억원을 손해봐야 한다. 지난해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4% 가량이다.
선진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판매 점유율을 회복해야 한다는 숙제도 정 회장이 풀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판매를 빠르게 늘리며 세력을 확장해왔다. 다만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았고 이후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까지 향상되면서 생산라인 대부분이 멈춰섰다.
취임 5년을 맞은 정 회장이 꺼낸 대중국 공략 카드는 '맞춤형 전기차'다. 중국 내 전동화 차량 수요가 많은 만큼 현대차가 오는 2027년까지 현지 전용 친환경차 6종을 출시하기로 했다. 베이징현대는 선봉장으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일렉시오'를 투입했다. 이밖에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 등을 앞세워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취임 이후) 지난 5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며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통상 리스크 관리, 전기차 수요 둔화 대응, 신사업 수익성 제고 등 핵심 현안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