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온의 건설생태계]르포 - 규제 앞두고 더 뜨거워진 한강벨트…“묶이기 전에 사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14 15:42

정부, 15일 수도권 부동산 추가 대책 발표 앞두고 긴장감 최고조

마포 ‘한강벨트’ 실수요자·투자자 몰리며 매물 문의 급증

전문가 “단기 효과보다 공급·심리 관리가 관건…실수요자만 더 옥죄일 것”

[서예온의 건설생태계]는 매주 건설업계 내부의 주요 현안을 깊이 있게 다루는 기획 코너입니다. 산재(산업재해)·수주전·제도 변화 등 업계가 직면한 쟁점을 현장 취재와 전문가 분석으로 입체적으로 전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마포구 공덕자이

▲서울 마포구 공덕자이 전경. 사진=서예온 기자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서울 한강벨트 일대의 집값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 및 규제 강화 예고로 매입 수요가 마포·성동 등지로 확산되며 '묶이기 전에 사자'는 심리가 번지고 있다. 최근 마포구 일대에서는 규제 시행 전 '막차'를 타려는 매수자들이 몰리며 매물 문의가 급증하고,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선 공공택지 원가공급, 양도세 완화를 통한 거래 순환 복원, 예측 가능한 정책 운영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묶이기 전에 사자"…규제 앞둔 마포 일대 매수심리 과열

지난 13일 오후 찾아간 서울 마포구의 공인중개사무소들은 분주했다.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를 앞두고 매수 심리가 고조되면서 잇딴 문의 전화와 고객 방문으로 여느때보다 바빠졌다는 것이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 자체는 많지 않지만 문의는 확실히 늘었다"며 “이번 주에 규제가 나온다고 하니 그전에 계약을 마치겠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염리동 인근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규제로 묶이기 전에 움직이려는 수요가 많다"며 “호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거래를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장에선 정부의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등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마포 일대는 여의도·광화문 직장인 수요가 많고 임차인 비중도 높은 지역이라 토허제가 확대되면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규제가 강화돼도 매물 자체가 적어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시장에 매물이 풀리지 않는 이상 규제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 장관에게 아직 지정권이 없어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며 “빨라야 11월쯤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정부가 선거 전에는 쉽게 손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마포 주요 단지들은 정부의 추가 규제 시행을 앞두고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네이버부동산 실거래가에 따르면, 마포역 인근 '래미안마포리버웰' 144㎡(공급면적 기준 43평)는 지난 9월 29일 12층이 29억9500만원에 거래돼 6월 16일(18층·28억8000만원)보다 1억 원 이상 올랐다.5월 28일(9층·27억 원) 거래와 비교하면 석 달 만에 약 3억 원 상승했다.


'마포자이' 108㎡(32평) 역시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 1일(14층) 실거래가는 25억 원으로, 5월 17일(15층·21억1000만원) 대비 약 4억 원 올랐다. 9월 23일(6층·24억9000만원)과 9월 27일(4층·23억6500만원) 거래도 모두 이전 최고가를 경신했다.


용강동 '마포용강삼성래미안' 79㎡(24평)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달 10일(6층)이 17억8000만원에 거래돼 6월 18일(3층·14억9500만원)보다 약 3억 원 상승했다.9월 13일(3층·16억5500만원) 거래 역시 한 달 새 1억 원 이상 올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추가 규제가 오히려 매수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거래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대 정권별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은 반복 상승

역대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수차례 내놓으며 '집값 안정'을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책 후 반등'이 반복돼 왔다. 부동산R114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에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26.76% 급등했으며, 수도권은 이보다 높은 33.17%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경기 회복세와 맞물리며 시장을 과열시켰고, 이후 투기과열지구 확대·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들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2.26%, 2009년 +3.05%, 2010년 –1.13%, 2011년 +1.61%, 2012년 –4.15% 등 불안정한 등락이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2013~2016년)는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부동산 완화정책을 추진하며 2013년 –0.17%에서 2014년 +3.44%, 2015년 +6.47%, 2016년 +4.83%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2017~2022년)는 5년간 8·2 대책(2017년 8월 2일), 9·13 대책((2018년 9월 13일) 등 30차례 넘는 규제를 쏟아냈지만, 2017년 +6.41% → 2018년 +11.78% → 2020년 +20.48% → 2021년 +19.59% 등 두 자릿수 상승률이 이어졌다.초저금리·공급 불안·정권 교체 기대감이 맞물리며 '정책 역설'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6·27 대책(대출 한도 6억원 제한)과 9·7 대책(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9월 5주 차 평균 0.27%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동(0.78%)·마포(0.69%)·광진(0.65%)·용산(0.47%)·강동(0.49%) 등 비규제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과천(0.54%)·분당(0.97%) 등 경기 주요 지역도 동반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주 규제지역 확대와 금융 대출규제 강화를 포함한 세 번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후행적 규제의 한계 뚜렷…공급·심리 관리가 핵심"

전문가들은 세 번째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매수세를 눌러도 근본적 해법은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세금·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초반엔 거래가 멈추는 효과가 있지만, 그 효과가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며 “거래가 얼면 재건축·분양시장까지 위축돼 공급 사슬이 끊긴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을 묶으면 수요가 마포·성동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핵심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공급 신호의 명확성"이라고 강조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특임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늘 후행적 대응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그는 “상승세가 확산된 뒤에야 뒤늦게 규제를 강화하는 식이라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이번에도 실수요자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이명박 정부의 반값 분양처럼 공공택지를 원가 수준으로 공급해야 실수요자가 기다릴 수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택지를 적정 이윤만 붙여 환원하면 투기수요는 자연히 물러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는 후행적 조정만으로는 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이번엔 다르다'는 신뢰 메시지와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리 잡지 못하면 풍선효과 반복…순환과 유연성 회복 시급"

시장 구조와 심리 요인에 주목한 전문가들은 '규제보다 순환', '공급보다 예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의 상승은 투기보다는 매물 잠김과 심리 요인 때문"이라며 “보유세 인상보다 양도세 완화를 통해 거래를 늘려야 시장이 숨통을 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을 조이면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다"며 “시장 안정의 핵심은 당근과 채찍의 균형"이라며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게 만들고, 실수요자는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결국 시장은 심리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은 살고 싶은 집보다 오를 것 같은 집을 산다. 강남과 한강벨트 쏠림은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불안 심리의 결과"라며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정부는 공공택지 중심으로 따로 논다. 공급정책의 엇박자는 시장 불안을 키운다"고 꼬집었다.이어 “대출을 조이면 현금부자만 유리하고 실수요자는 더 멀어진다"며 “결국 '묶이기 전에 사자'는 불안 심리만 자극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정부가 일주일 단위로 가격 통계를 발표해 시장을 자극하는 것도 문제다. 한두 건 거래로 '폭등' 프레임이 형성되면 불안이 증폭된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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