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첨단장비 핵심광물 사실상 전량 수입 의존
공기업 해외사업 중단으로 희토류 자원개발률 24.9→0.2%
미국·일본·중국 대대적 정부 지원 및 공기업 체제로 확보
포스코인터, 배터리 흑연 확보…우크라·알래스카 진출 기대
LX인터, 니켈·구리 추가 확보 및 상류-중류 연계방식 계획
이재명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 확대로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리·희토류 등 핵심광물 사용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핵심광물 33종의 9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자원확보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도맡던 자원개발 공기업은 해외사업이 금지된 상태다. 유일하게 남은 자원개발 민간 기업인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핵심광물 33종 거의 전량 수입 의존…확보 손 놓은 정부와 공기업

▲핵심광물의 수입의존도. 자료=한국광해광업공단 2025 광업요람
23일 한국광해광업공단의 '2025 광업요람'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33종의 수입의존도는 99.9%에 달한다.
핵심광물이란 현재 첨단 산업과 경제에 필수적이며, 수급 위험이 큰 광물을 뜻한다. 33종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네오디늄, 디스프로슘, 터븀, 세륨, 란탄, 니오븀, 구리, 알루미늄, 규소, 마그네슘, 몰리브덴, 바나듐, 백금, 팔라듐, 주석, 티타늄, 텅스텐, 안티모니, 비스무스, 크롬, 연, 아연, 갈륨, 인듐, 탄탈륨, 지르코늄, 스트론튬, 셀레늄이다.
대부분 반도체, 배터리, 첨단장비, 재생에너지 설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광물들이다.
몰리브덴(98.7%), 연(99.7%), 아연(99.6%)을 제외하고 나머지 30종의 수입의존도는 100%이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양도 매우 적은 편이다. 2024년 기준 주요 핵심광물 자원개발률은 니켈 47.8%, 아연 22.2% 정도만 양호한 편이고, 사용량이 가장 많은 구리는 6.8%, 배터리 필수광물인 리튬은 2.6%(2021년 기준),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선 희토류는 0.2%(2021년 기준) 수준이다. 자원개발률은 자원개발로 확보한 지분생산량(금액)/국내수입량(금액)×100으로 계산한다.
한때 우리나라도 희토류 자원개발률이 20%를 넘기도 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부)의 희토류 확보 정책으로 한국광물공사와 포스코 등이 중국 서안맥슨, 포두영신 희토 사업에 진출해 1000톤 이상의 희토류를 확보했었다. 이를 통해 2014년 희토류 자원개발률은 24.9%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정부가 희토류 통제를 강화하고,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사실상 자원개발에서 손을 놓으면서 결국 희토류 자원개발률은 0.2% 수준으로 확 쪼그라들고 말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자원개발 공기업의 해외 진출이 막힌 영향이 크다. 대표적 예로 2021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의 합병으로 새로 출범한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공단법에 명시된 사업조항에 해외사업이 들어 있지 않다. 국내외 법인에 대한 지분 투자는 가능하지만, 공단이 직접 해외사업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반면 미국, 중국, 일본은 정부 주도로 핵심광물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핵심광물 관련 기업 대부분이 공기업 체제이고, 미국은 강력한 정부지원금과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 지분투자를 통해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은 공공기관인 금속에너지안보기구, 일명 조그멕(JOGMEC)을 통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핵심광물을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인터, 탄자니아 흑연 확보…우크라이나·알래스카 핵심광물 확보 기대
우리나라는 공기업의 해외사업이 막힌 상황에서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원개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그룹이 참여하는 탄자니아 마헨게 흑연 광산 착공식에서 (왼쪽부터) 김대영 포스코인터내셔널 중남아프리카지역담당, 안은주 주탄자니아대한민국대사, 존 드 브리스(John De Vries) 블랙록마이닝 CEO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배터리 음극재 필수광물인 흑연 확보를 위해 매장량 기준 세계 2위 규모의 탄자니아 마헨게 흑연광산 개발에 착수했다.
마헨게 광산은 매장량 약 600만t의 천연흑연 광산이다. 호주 자원개발기업 블랙록마이닝(Black Rock Mining)이 개발을 주도하고 포스코그룹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미국,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주도하는 광물안보 파트너십(MSP, Mineral Security Partnership)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MSP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목표로 한 다자협의체로, 글로벌 차원의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강국이지만, 흑연 등 관련 소재 대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인조흑연을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포스코그룹은 2021년 포스코홀딩스가 블랙록마이닝에 750만달러를 투자하며 마헨게 흑연광산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3년 연간 3만t 규모의 1단계 흑연 공급계약에 이어 2024년 동일 규모의 2단계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강화해 왔다.
블랙록마이닝은 올해 최종투자결정(FID)을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블랙록마이닝의 약 7.45%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9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체결한 4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 이행이 완료되면 포스코그룹의 지분은 총 19.9%로 확대된다.
2028년 광산이 상업 생산을 시작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간 6만t 규모의 천연흑연을 약 25년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다. 확보한 흑연은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생산에 투입돼 그룹 내 이차전지소재 원료 자급률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또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핵심광물 매장량이 풍부한 우크라이나와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어 향후 다양한 핵심광물 확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X인터, 니켈·구리 추가 확보 추진…배터리 소재 중류분야 진출 계획

▲LX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AKP 니켈광산 개발 현장. LX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와 중국에서 유연탄 광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가채광량 3600만톤의 인도네시아 AKP 니켈광산을 인수했고, 추가 자산 인수를 추진 중이다. 2008년 투자한 필리핀 라푸라푸 구리광산의 운영이 종료된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로 필리핀 등에서 구리자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알루미늄과 갈륨을 채취할 수 있는 보크사이트와 유리 원료인 규사, 배터리 원료인 리튬과 망간 등의 핵심광물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LX인터내셔널은 광석을 제련·가공하는 자원산업 중류 분야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상류와 연계한 중류 분야 진출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원보유국들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류뿐 아니라 중류까지 유치를 원하는 기류이고, 기업 역시 상류와 중류를 연계하면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어 이러한 방식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니켈자산과 연계한 황산니켈, 니켈중간재(MHP), 전구체, 양극재 등 2차전지소재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