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절까지 10분 내 약물 전달 동물실험 확인
조영제·항암제 등 투여, 주사기와 유사한 수준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전재용 교수 · 천화영 박사, 서울과학기술대 윤현식 교수
국내 연구진이 주사 없이 패치를 통해 대용량의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 ·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윤현식 교수 공동 연구팀은 주사 없이 대용량 약물을 빠르게 전달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SFMNP, Surface Fluidic MicroNeedle Patch)'를 최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를 소동물 모델에 부착한 결과 10분 내 림프절까지 조영제가 도달했으며, 기존 주사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약물이 성공적으로 전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능성·나노소재 분야의 세계적 국제 학술지인 '응용기능소재'(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인체의 체액은 혈관에서 간질공간, 림프관, 림프절을 거쳐 정맥으로 흐른다. 이때 간질공간은 림프관을 지나 림프절로 연결되는 주요 경로로, 최근 표적지향적 약물 전달의 핵심 타깃이 되고있다.
일반적으로 필요한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 주사기를 이용한 방법이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만성질환 환자나 반복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약물이나 조영제 등을 통증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기존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약물 적재량이 적거나, 약물이 피부 표면에서 빠르게 퍼져 간질공간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경우 제조가 복잡하거나 비용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모세관력을 활용해 고용량의 약물이 스스로 피부 속 간질공간으로 유입되는 기술을 고안했다. 모세관력은 액체가 아주 좁은 틈에서 외부 압력 없이도 스스로 퍼져나가는 힘이다. 모세관력을 활용하기 위해 크기가 큰 약물 저장소부터 1㎜ 크기의 홀, 미세한 마이크로니들까지 크기가 다른 통로를 계층적으로 연결한 연속 구조로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설계했다.
즉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에는 약물이나 조영제를 저장할 수 있는 크기가 큰 저장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저장소의 약물이 1㎜ 크기의 홀을 통해 패치로 이동하게 된다. 패치 표면과 피부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 통로를 따라 모세관력 현상으로 약물이 퍼지면서 마이크로니들까지 자발적으로 도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기계적 삽입 실험 및 체외 실험 등 기초 수준의 실험을 통해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효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약물이 모세관력에 의해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마이크로니들에 의해 생성된 약 0.2∼0.3㎜의 구멍을 통해 약물이 손실되지 않고 림프 모세혈관까지 성공적으로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동물 모델에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부착해 림프조영술용 조영제를 주입시킨 결과, 10분 이내에 간질공간과 림프절까지 조영제가 도달한 것을 확인했다.
약물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하는 형광신호강도가 기존 주사기와 거의 유사한 정도로 평가됐다. 이는 간질공간의 압력이 병적으로 증가하는 림프부종 모델에서도 성공적으로 약물이 전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재용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조영제나 항암제 등 간질 및 림프계 표적 약물 전달에서 기존 주사 방식에 비해 우수한 효율과 환자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면서 “향후에는 림프부종이나 종양의 림프절 전이 등 질환의 진단과 치료 반응 모니터링까지 확장 가능한 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윤현식 교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은 연속 대량생산 공정이 가능해 상용화 속도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