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 기대하는 ‘빚투’ 급등
주가 하락시 손실 커질 수 있어 주의 요구
▲코스피 지수가 오르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투자자가 늘고 있다. /CRAISEE(크레이시)
코스피가 파죽지세로 오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사상 최대치에 육박했다. 빚투는 주가 상승기에는 수익을 올리는 수단이지만, 주가가 내려가면 손실이 급격히 커질 수 있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2025년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치인 31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5268억원이다. 이는 올해 최고치이면서 사상 최고치에 육박한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최고치는 2021년 9월 13일 25조6540억원이다.
31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5조8172억원, 코스닥 시장은 9조709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최근처럼 증시가 강세장일 때는 신용거래융자를 지렛대(레버리지) 삼아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투자 위험도 커서 주의해야 한다.
신용융자로 산 주식은 대출 담보로 제공되는데 주가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반대매매)해 손실이 크게 날 수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약 23조5000억원이었던 잔고는 한 달만에 2조원 넘게 불어났다. 올해 초 15조원인 것에 견줘서도 크게 늘어났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신용잔고가 10월 말 기준 15조6000억원으로 2021년 '동학개미운동' 당시 정점을 넘어섰다"며 “외국인 중심의 차익 실현과 업종 간 순환매가 맞물리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빚투가 늘어나면서 빚투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빚투를)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정한 수준의 어떤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감내 가능한 수준의 그런 주식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 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금융당국이 보여온 '빚투 경계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태도로 해석된다. 과거 금융당국은 빚투 확산을 경계하며 신용융자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증권사도 이에 발맞춰 신용융자 한도를 축소하고 일부 테마주에 대한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는 등 대응에 나서곤 했다.
지난달에도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청년층과 50·60대 이상을 중심으로 신용융자가 크게 늘었다며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레버리지(지렛대) 거래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이슈 종목' 투자도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이슈 종목은 풍문과 투기적 수요에 따라 그 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경우가 많고, 주가 급등락을 예측해 매매 시기를 포착하는 것이 어려워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신용 등을 활용한 무분별한 추종 매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국은 당부했다.
한편,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86조7704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13일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긴 뒤, 코스피가 4000을 돌파한 지난 27일부터 크게 늘었다. 9월 30일 76조4473억원에서 10월 31일 85조4569억원으로 한 달새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놓은 잔액으로 투자 심리가 좋아질수록 늘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