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사진=EPA/연합)
세계 곳곳에서 가뭄, 폭염, 홍수 등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각국은 기후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약속했지만, 해당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5년 배출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57.6GtCO2e(이산화탄소 환선 기가톤)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이는 2010년대 연평균 상승률(0.6%)의 약 4배 수준이며, 2022~2023년(1.6%)과 2000년대(2.2%) 평균보다도 높다.
특히 지난해 배출 급증의 결정적 요인으로 산림 파괴와 토지 이용 변화가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파괴·토지 이용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고,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된 배출은 1.1% 늘었다. 이 두 요인이 전체 배출 증가분의 각각 53%와 36%를 차지했다.
또 유럽연합(EU)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지난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어 2035년까지 감축 목표가 명시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난 9월 30일까지 제출한 국가는 60곳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 세계 배출량의 6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2030년 감축목표도 제시한 국가는 단 13곳에 그쳤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호주, 브라질, 캐나다, 일본, 러시아, 영국, 미국 등 7개국만이 2035년 감축 목표를 새로 제출했으며, 중국·EU·튀르키예는 해당 목표를 선언했지만 2030년 감축 목표를 강화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각 시나리오별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폭 전망치와 확률. (왼쪽부터) 현행 정책 유지, 무조건적 NDC 이행, 조건부 NDC 이행, 조건부 NDC 이행+모든 탄소중립 목표 달성
제출된 NDC의 내용도 충분치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NDC의 약 73%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포함했으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세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진단됐다.
보고서는 또 화석연료와 관련해 “NDC의 62%는 화석연료 발전 비중 축소를, 29%는 석탄 사용 감축을 제시했지만, 석유·가스 생산 감축이나 비효율적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계획을 담은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UNEP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정책들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8도 상승할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결정이 약 0.1도의 온도 제한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수치는 작년 보고서의 3.1도 전망보다 다소 완화된 수준이다.
이어 각국이 제출한 NDC의 모든 내용들이 이행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폭은 2.3~2.5도, 여기에 탄소중립(넷제로) 목표까지 달성되면 1.9도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사진=AP/연합)
이번 UNEP 보고서는 오는 10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를 앞두고 공개됐다. 국제사회가 이상과 현실 사이의 온도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COP30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사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반발 가능성이 커 COP30의 성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한편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어렵다는 경고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최근 발표한 각국의 NDC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대비 약 10%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파리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감축량의 6분의 1 수준이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우드매켄지는 최근 발표한 '2025~2026년 에너지전환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탄소배출량이 2028년 정점을 찍은 뒤 매년 2%씩 감소해 지구 평균기온이 2.6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드매켄지는 또 전 세계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올해부터 2060년까지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글로벌 연간 투자액이 현재보다 30% 늘어난 4조3000억달러에 달해야 하며, 향후 10년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투자 비중도 현재 2.5%에서 3.35%로 확대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