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와 손잡고 일본 공략 본격화
국내 시장 벗어나 글로벌 K-OTT 도전
광고형 요금제 확대·수익 구조 다변화 추진
합병 지연 속 재무 개선 ‘열쇠’는 웨이브
▲일본 디즈니플러스에서 서비스되는 티빙 컬렉션 이미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디즈니플러스와 손잡고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K-OTT' 성공기를 쓰겠다는 포석이다.
6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최근 디즈니플러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내에 '티빙 컬렉션 온 디즈니플러스'(이하 티빙 컬렉션)를 공식 출시했다. 디즈니플러스 내에 별도 브랜드관 형태로 운영되며, 일본 이용자들이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공식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티빙 오리지널 히트작을 비롯해 모회사 CJ ENM의 대표 흥행작들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티빙은 글로벌 진출에 맞춰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를 한국과 일본 등 총 19개국에서 동시 공개하기로 했다.
내년 HBO Max 브랜드관까지 정식으로 론칭하게 되면, 티빙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총 19개국에서 서비스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구색을 갖추게 된다. 일본과 아태 지역을 시작으로 미국·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K-콘텐츠를 단순히 수출하는 것을 넘어, '티빙'이라는 브랜드 자체로 해외 시장에 진입해 K-콘텐츠 확산의 교두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앞으로도 매력적인 K-콘텐츠를 전 세계에 더 많은 글로벌 고객에게 선보이며, 글로벌 K-OTT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의 글로벌 공략은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국내 OTT 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4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이용률은 79.2%로, 국민 10명 중 8명이 OTT를 이용하는 수준이다. 2022년 72.0%, 2023년 77.0%에서 꾸준히 상승, 사실상 포화 상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 1504만명, 티빙 765만명으로 약 두 배 차이가 난다. 1인당 이용시간도 넷플릭스가 6시간 47분으로 티빙(4시간 45분)을 크게 앞선다.
티빙이 국내 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0년 CJ ENM에서 물적분할돼 출범한 이후 티빙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0년 61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1억원, 2023년 1402억원, 2024년 710억원 등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역시 연간 적자 흐름을 피하기 힘들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일본은 OTT 이용 인구가 꾸준히 늘며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일본 OTT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4.83%로 전망하며, 2029년에는 125억2000만달러(약 18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티빙 입장에서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티빙은 광고형 요금제를 확대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도 나섰다.
KT 나스미디어의 '2025 상반기 디지털 미디어 & 마케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OTT 광고형 요금제 이용자의 85.2%가 해당 요금제 유지를 희망하는 등 이용자 인식도 긍정적이다.
티빙은 지난해 3월 국내 OTT 사업자 최초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 웨이브와 협력해 새로운 광고형 요금제를 선보였다. 티빙 관계자는 “OTT는 이제 광고시장의 메인 무대"라며 “월간 1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기반으로 광고주에게 강력한 도달력과 정밀 타깃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형 요금제 확대 등 수익 다변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웨이브와의 합병이 재무 개선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본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결국 (웨이브와의) 합병만이 재무적 측면에서 티빙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사의 합병은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임원 겸임 형태의 기업결합을 승인했지만, 주주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KT의 찬성 없이는 합병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KT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KT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티빙이 일본 시장 진출과 광고형 요금제 확대를 통해 '적자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