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국민성장펀드 닻 올려
5년간 첨단전략산업 투자
文정부 뉴딜펀드 회수율 9% 불과
과거 정책펀드 줄줄이 실패
‘자금’만 치중 종합지원책 도외시
“투자지속성 확보 방안 강구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조성 중인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과거 정책펀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시중자금의 물꼬를 생산적 영역으로 전환해 미래 성장의 씨앗인 첨단전략산업의 육성을 도모하고, 성장의 과실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과거 정책펀드들은 해당 정권의 핵심 어젠다를 부각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되면 기존 투자 계획이 수정되거나 우선순위가 변경돼 펀드의 안정성도 훼손됐다.
이에 국민성장펀드의 정책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에서 운용 중인 개별적인 정책펀드와 지원 대상을 차별화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효율적인 펀드 운용을 위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원리에 기반해 민간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독립적인 투자위원회를 설치해 투자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文정부 뉴딜펀드 투자액 대비 회수액 9% 불과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혁신성장뉴딜펀드 및 혁신성장펀드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혁신성장뉴딜펀드(옛 정책형 뉴딜펀드)의 조성 실적은 올해 6월 말 기준 자펀드 합산 11조8322억원이었다. 이 중 투자액은 8조2738억원이었고, 회수액은 8882억원에 그쳤다. 전체 투자액 대비 회수율은 9.31% 수준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펀드 종합계획을 발표한 후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국민과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뉴딜펀드는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 '혁신성장펀드'로 바뀌었고, 정부 출자 예산 규모도 기존 6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축소됐다. 혁신성장펀드는 사업연도가 2년밖에 되지 않아 평가를 내리기 어렵지만, 정책펀드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크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과거 정책펀드 동력 약화...“자금지원만이 능사 아냐"
뉴딜펀드 외에도 녹색금융펀드(이명박 정부), 통일펀드(박근혜 정부) 등의 정책펀드가 닻을 돌렸지만,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취지가 퇴색되거나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 게다가 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공공조달, 규제 샌드박스, 전문 인력 확보 등 종합적인 지원 정책도 함께 가동돼야 하는데, 이를 도외시한 점도 정책펀드의 실패로 이어졌다.
최성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 지원 정책에만 집중해 혁신기업 및 전략산업 육성을 추진할 경우, 현실적으로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투자 대상을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민성장펀드 개요.(자료=금융위)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는 오는 12월 출범하는 국민성장펀드 역시 과거 정책펀드의 사례를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첨단전략산업(AI, 반도체, 바이오, 백신, 로봇 등)과 및 관련기업(관련기술 및 인프라, 구매 상대방 등)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첨단산업경쟁력 강화, 벤처·기술기업의 스케일업, 지역성장, 일자리 창출 등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향후 5년간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의 씨앗인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성장의 혜택을 국민께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성장펀드, 투자대상 중복시 성과 점검 한계"
문제는 국민성장펀드의 지원대상 분야 중 일부가 기존 펀드, 특히 중소기업 모태펀드에 조성된 분야별 자펀드와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혁신펀드와 중복될 수 있고, 바이오 및 백신 분야는 보건복지부의 K-글로벌백신펀드의 자펀드인 K-바이오·백신펀드와 투자 대상이 겹칠 수 있다.
투자 대상이 중첩되면 해당 분야의 민간 출자 수요가 각 펀드로 분산돼 정책펀드 운용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고, 여러 펀드가 다양한 분야를 산발적으로 지원해 투자 성과를 점검하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 모태펀드, 한국산업은행이 운용하는 기존 정책펀드 등과 투자 대상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소기업 모태펀드가 창업 초기 기업 지원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점을 고려해 성장 단계별로 지원 대상을 구분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며 “금융위원회, 한국산업은행은 기존 펀드와의 지원 대상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구체화해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