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국과연, 스텔스기 ‘25분 이내’ 외형검증…제작 정밀도 ‘퀀텀 점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11 08:08

비행체 분석 자동화 도구 공동연구 성과 도출
데이터 수천개 수동분석 병목·휴먼에러 차단
결함 신속조치, 제작기간·비용 단축 효과 기대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개발해 시험 비행 중인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LOWUS, Low Observable Wingman UAV System, 좌측)와 CATIA 오토메이션 기법을 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개발해 시험 비행 중인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LOWUS, Low Observable Wingman UAV System, 좌측)와 CATIA 오토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저피탐 비행체 외형 검증 과정(우측). 사진·자료=박규빈 기자·한국항공우주학회

대한항공과 국방과학연구소(ADD·국과연)가 저피탐(스텔스) 비행체 제작 공정 중 수일이 걸리던 항공기 외형 검증 분석 작업을 30분 내 완료하는 자동화 도구를 고안해 냈다.


이 기술은 방대한 실측 데이터를 인적 오류(휴먼 에러) 없이 3D로 시각화해 스텔스 성능에 직결되는 제작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전망이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와 국과연은 방위사업청 재원으로 'CATIA 오토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저피탐 비행체 외형 검증 자동화 도구 개발' 공동 연구를 진행했고, 소요 시간과 품질 문제를 '퀀텀 점프' 수준으로 해결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첨단 저피탐 비행체는 레이더 반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극도로 정밀한 기하학적 형상을 요구한다. 애로 사항은 항공기 총조립 완료 후 이 설계가 제대로 구현됐는지를 따져보는 '외형 검증' 단계에 있었다. 전폭 10m급 비행체 하나를 검증하는 데에는 최소 4000, 많게는 5000개의 실측 좌표 데이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엔지니어가 이 방대한 실측 데이터의 대량화를 직접 처리하고 분석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외형 검사 분석 기간의 증가를 초래했고, 후속 공정·시험 진행의 공백을 유발해 전체 비행체 제작 기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이를 고가의 신규 시스템 도입이 아닌 현장의 표준 도구를 지능적으로 결합해 해결했다. 핵심 기술은 항공우주 설계 표준 프로그램인 'CATIA V5'와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엑셀(MS Excel) 2016을 비주얼 베이직(VBA, Visual Basic) 언어로 실시간 연동시킨 것이다.


이 아키텍처에서 엑셀은 수천 개의 실측 좌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 결과를 보고하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CATIA는 VBA 스크립트의 제어를 받아 △3D 모델 생성 △기하학 형상 구현 △각도·이격 거리 산출 등 모든 핵심 분석 작업을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수행한다.


CATIA-엑셀 연동…25분 만에 스텔스 성능 고려 '영역별 차등 정밀도' 구현

항공기 정렬 검사도(상단)·외형 검증 방법(하단 좌측)·외표면 검사 결과(하단 우측). 자료=한국항공우주학회 제공

▲항공기 정렬 검사도(상단)·외형 검증 방법(하단 좌측)·외표면 검사 결과(하단 우측). 자료=한국항공우주학회 제공

이 자동화 도구는 크게 두 가지 핵심 검증 작업을 수행한다.


첫째는 '기체 정렬 판별'이다. 5000개의 실측 포인트를 CATIA 상에 3D로 구현한 뒤 기하학 형상을 연결해 항공기 조립의 핵심 정밀도 지표인 좌우 대칭성·젖힘각·상반각·붙임각·비틀림각 등을 CATIA의 측정 기능을 활용해 자동으로 산출한다.



둘째는 스텔스 성능과 직결되는 '외표면 품질 판별'이다. 이 작업은 단순히 설계도와 실측값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선 CATIA가 '설계 외형면(OML)' 원본을 불러온 뒤, 동일 좌표계에 실측 포인트 수천 개를 생성한다. 그 다음 OML과 실측 포인트 간의 미세한 '외표면 이격 거리(Deviation)'를 자동 산출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저피탐 특성까지 고려했다는 것이다. 레이더 반사에 민감한 날개 전방과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후방을 날개 시위선 50% 기준으로 영역 분할하고, 영역별로 허용 오차의 정밀도를 상이하게 적용하는 복잡한 스텔스 설계 규칙이 알고리즘에 내장돼 있다.


또한 날개 끝 처짐 등 구조 자중에 의한 실기체 형상 변위와 같은 물리적 변형을 보완하기 위해 '베스트 핏' 과정을 수행해 가짜 불량을 걸러내고 실제 제작 오차만을 정밀하게 판별해낸다.


이러한 전 과정을 거친 최종 성과는 약 5000개 수치 데이터 기준, 25분 내 분석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일이 걸리던 작업 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핵심 병목이 해소된 것이다.


더 큰 성과는 신뢰도에 있다. 기계가 모든 과정을 일관되게 처리함으로써 대량의 수치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인적 오류를 제거했다. 분석 결과는 수치 목록이 아닌 3D 모델로 자동 생성된다. 엔지니어는 허용 공차를 만족한 녹색 영역과 불만족한 적색 영역을 색인 기능을 통해 즉각 확인할 수 있다.


대한항공·국과연 공동 연구팀은 “검사 결과의 실시간 3D 가시화를 통해 결함 부위의 신속하고 직관적인 발견이 가능해졌고, 이는 신속한 후속 조치를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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