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4분기도 정제마진 기대…구조조정 ‘체력 확보’에 숨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11 08:29

4분기 정유마진 최고점 찍으며 실적 견인 전망
정제마진 덕에 3분기 일제히 영업익 흑자 전환
연말까지 원유 증산…美·中·유럽 정유설비 감축
대러 제재 ‘반사이익’도…구조조정 속 ‘버팀목’

GS칼텍스 여수공장

▲전남 여수에 위치한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전경. 사진=GS칼텍스

원유 정제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흐름 속에서 SK와 GS, HD현대, 에쓰오일 등 한국 정유 4사가 올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흑자를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증산 결정에 더해 글로벌 정유사들의 설비 축소 움직임, 대(對)러시아 원유 생산 제재 등이 국내 정유업계에 수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같은 흑자 기조는 그동안 실적 부진으로 장기간 가중된 재무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면서 현재 진행 중인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국면에 숨통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정제마진은 11월 첫째주 배럴당 16.5달러를 기록해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시중의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운송비 등을 뺀 값을 나타낸다. 원유를 정제해 기초 유분과 석화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들에게는 정제마진이 클수록 이득이다.


올 하반기 들어 두드러진 정제마진 개선세로 정유 4사의 4분기 영업실적도 흑자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유4사는 한동안 영업적자를 이어오다 지난 3분기 들어 탈출했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부문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304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12조 4421억원으로 2.5% 증가했다. GS칼텍스는 매출이 11조386억원으로 5% 감소했지만, 372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매출 7조3285억원과 영업이익 1912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을 이뤘다. 에쓰오일도 영업이익 2292억원을 냈고, 매출은 8조415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정제마진 상승을 이끄는 주 요인은 원유 가격 하락세다. 두바이유 기준 원유 가격은 올해 1월 평균 80.41달러를 기록했지만, 10월 들어서는 65달러로 떨어졌다. 원유 생산량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주요 산유국들이 모인 협의체 OPEC+는 지난 4월 이후 원유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4월 일일 생산량 13만8000배럴을 시작으로 5~7월에는 하루 41만1000배럴씩 생산량을 늘렸다. 8월과 9월에는 일일 55만톤 가까이 증산한 뒤 10~12월 일일 13만7000배럴로 증산 폭을 줄였다. 다만 내년 1분기에는 증산을 멈춘다.



미국과 유럽 등의 정유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줄이는 점도 이유다. 쉘과 BP 등은 일일 생산량 40만 배럴 규모의 설비를 감축하고, 미국 발레로 등은 54만7000배럴 규모의 설비를 폐쇄한다. 중국에서도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유시설 정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 요인도 작용한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재하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대러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인도 등의 나라에서 정유 산업이 차질을 빚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하루에 200만배럴, 150만배럴씩 원유를 수입해왔다. 정유 설비의 생산 능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한국 정유사들이 반사 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요인들로 정유사들이 석화 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재무적인 '체력'을 보완해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제 마진 개선이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내부 요인보다 외부 변수에서 비롯됐기에 정유4사도 스스로 생산 효율화와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유사들은 울산과 전남 여수, 충남 대산의 석화 산업단지에서 석유화학사들과 생산 구조 수직 계열화를 비롯한 구조조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연간 생산 능력을 최대 370만t 감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 부담은 주로 석화사들이 지지만, NCC 감축 과정에서 석화사와 정유사 간 합작법인 설립이나 설비 이전 같은 아이디어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승현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