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우울증 환자 장내 미생물 환경 좋게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12 09:35

일본 쇼와 의대 연구팀, 장·뇌축 통한 커피의 우울완화 효과 가능성 제시


우울

우울증은 지속적인 우울감과 흥미 상실을 주된 증상으로 하며, 일상생활과 사회적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신질환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28.3명으로 OECD 평균(약 11명)의 두 배 이상이며, 성인 우울증 평생유병률도 8%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규 교수는 “하루 대부분 우울하거나 무기력하고, 흥미가 사라지며, 수면·식욕 변화, 피로감, 무가치감, 자살사고 등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된다면 '주요우울장애'를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울증을 개선하는 다양한 생활 건강요법이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커피와 카페인이 우울장애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일본에서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커피 섭취가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1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일본 쇼와 의대 의학부 사나다 켄지 교수팀이 모두 66명을 대상으로 커피(카페인) 섭취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우울장애 환자의 장내 미생물과 커피 및 카페인 섭취의 연관성: 관찰연구)는 일본 '쇼와 의과대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커피는 항산화 물질과 카페인 등 생리활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기존 역학연구에선 우울증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커피 섭취 후 장-뇌축(gut-brain axis)을 통한 미생물 변화 가능성은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임상적으로 진단된 우울장애 환자 32명과 건강한 대조군 34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장내 미생물 구성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우울장애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커피와 카페인 섭취 수준에 따라 특정 장내 미생물군의 조성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커피나 카페인의 지속적 섭취는 장내 폴리페놀·아이소플라본 대사 관련 미생물(Coriobacteriales Incertae Sedis)의 증식을 유도하고, 그 결과 장-뇌축을 통해 염증 완화, 스트레스 반응 경감 등을 도왔다.



커피

▲커피 이미지.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이번 연구는 커피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긍정 효과를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나다 교수는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은 일반인과 달리 염증성 미생물의 비율이 높다"면서 “커피나 카페인이 이런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다면, 커피 섭취를 통한 우울 치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피의 건강 효과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하루 2∼3잔의 커피 섭취가 심혈관질환ㆍ당뇨병ㆍ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대규모 역학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한편, 우울하다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거나 활동을 줄이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오히려 우울할수록 계획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활동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 3회 이상, 30분가량의 꾸준한 운동은 우울감 완화에 효과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면담과 심리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인지행동치료·행동활성화치료·정신화 기반 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를 시행한다. 필요할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김현규 교수는 “최근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라며 “정신건강은 신체건강만큼 소중하며,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순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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